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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영화일기] 롤라 몽테, 산타클로스는 푸른 눈을 가졌다, 스가타 산시로, 속 스가타 산시로

by 22세기소녀 201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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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주말을 시네마테크 KOFA에 바치다. 

 

토요일엔 '시네필2: 프랑스문화원에 대한 기억'에서 <롤라 몽테>와 <산타클로스는 푸른 눈을 가졌다>를, 일요일엔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100주년 특별전'에서 <스가타 산시로>와 <속 스가타 산시로>를 관람했다.



<라쇼몽> 복원판을 보기 위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KOFA를 찾았다. 그러나 <라쇼몽>을 비롯, 비슷한 상영시간대의 <요짐보>와 <산타클로스는 푸른 눈을 가졌다>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나는 가까스로 원래 보고자 했던 두 편의 영화를 볼 수가 있었다. 단, 불편한 자리에서.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로 유명한 막스 오퓔스의 유작 <롤라 몽테>(1955)는 상업적 참패, 배급사의 가위질, 복원 작업의 수순을 밟은 파란만장한 생을 가진 작품이다. KOFA를 통해 고맙게도 이 불운했던 필름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는 19세기 유럽 상류사회의 스캔들메이커에서 서커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실존인물 롤라 몽테의 삶을 그렸다. 바그너, 쇼팽, 리스트와 루드비히 1세도 그녀를 거쳐갔다. 이러한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검색을 통해 알았다. 롤라 몽테가 실존인물이었다는 것과 영화에서 봤던 것과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과 또 영화에 작곡가인 리스트가 나왔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좀 졸리기도 했는데 아이쿠나, 다시 봐야겠다. 그 전에 <롤라 몽테>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영화라는 자크 드미의 <롤라>도 예습차원에서 봐야겠구나. [★★★]

 

<롤라 몽테> 관람을 힘겹게 끝낸 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다음 영화 <산타클로스는 푸른 눈을 가졌다>(1966)를 맞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장 으스타슈 영화와의 최초의 조우였다. <산타클로스는 푸른 눈을 가졌다>는 고다르의 <남성, 여성>의 남은 35밀리 흑백 필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영화 중간에 아는 사람만 웃게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어릴 적 출연작인 <400번의 구타> 포스터를 보는 주인공 장 피에르 레오 장면에서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47분이라 부담이 적었는데, 연애 한 번 못하고 솔로의 나날을 보내던 지난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영화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이 미인과 주인공을 가깝게 만들어주었지만 나의 경우는 (유명한 매체는 아니지만)기자라는 신분 덕에 많은 미모의 여성과 알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에서 주인공과 친구가 혹시라도 떨어져 있을 돈을 줍기 위해 거니는 장면이 있는데, 동네 아이들과 돈 주우러 십리 길을 걸은 경험이 있는 나로선 이 시퀀스가 가슴 뭉클한 것이 특별한 장면이 되었다.  [★★★☆]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이어서 <대담 : 프랑스 문화원에 대한 기억-정성일VS김홍준>가 있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전에 김홍준 교수와 정유성 교수의 독일문화원 대담이 즐거웠던 터라 내심 기대하며 경청했다. 문화원을 드나들던 두 영화광 정성일과 김홍준의 영화연애사가 흥미롭게 펼쳐졌으나 약간은 주제와 동떨어진 진행, 내 개인적 피곤으로 인해 약 1시간 정도 듣다가 일어섰다. 나도 유명해져서 언젠가 문화학교서울을 드나들던 내 영화연애사를 들려줄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일요일엔 S와 좀 다투다가 <스가타 산시로>와 <속 스가타 산시로>를 보러갔다. 역시 영화가 더 낫다. 오늘도 KOFA에는 소를 제외한 남녀노소가 매표소에 줄을 섰다.
 
 

구로사와 감독의 데뷔작인 <스카타 산시로>(1943)와 국내 최초 공개작인 <속 스카타 산시로>는 아키라 감독 특유의 인간 냄새가 기분 좋게 난다. 때문에 웃음꽃이 핀다. 그러나 권격 영화임에도 일본 유도 초창기가 배경이라 그런지 기대하던 액션에는 화려함은 없었다. 허나 결투를 담은 프레임 몇몇에는 기이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스카타 산시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습게도, 절전을 위해 영화 1편의 상영시간을 80분 미만으로 제한하는 법령으로 인해 <스가타 산시로>는 애초 97분 버전에서 대거 삭제된 채 상영되었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에서 소실된 장면들이 포함된 필름이 발견되어 2002년 91분 버전의 복원판이 발표되었다. 오늘 본 영화는 이 최신판이다. [두 편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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