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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장르와 작가주의 줄타기에서 확실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

by 22세기소녀 201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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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6
3년 만에 혜림씨를 만났다. 보이시한 매력에서 아리따운 아가씨로 바람직하게 성장 중이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와 함께 있어도 돼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예뻐져 있어, 사실 내 뜻대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둘의 관심사인 영화를 보았다. 사전에 3편의 후보작을 그녀에게 올렸고 그녀가 고른 두 편 중 <황해>를 예매했다. 선택한 극장은 옛 명성은 사라지고 자본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내 세대에는 각별했던 영화 <접속>의 채취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추격자>로 대중과 평단이 주목한 나홍진. 차기작이 수월해졌다. 나홍진은 박찬욱, 봉준호 같은 감독이 되고 싶었다. 사회적 이슈를 끌어들이고 볼거리를 보여주었다. 

<황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나홍진 쪽이 작가주의 욕심일 테고 장르적인 재미는 제작사 쪽의 요구일 것이다. 결과, 나홍진은 장르에 능하지만 작가주의엔 부족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156분간 대중의 관심과 공분은 사지 못하고 추격씬에만 심장이 뛰게 만들었다.(트럭 전복씬은 마치 트럭이 생물처럼 연출되어 감동했다) 도대체 왜 러닝타임이 그렇게 길어야만 했지? 조선족을 다루는 플롯,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 어디에도 긴장감은 없다. 인과관계에 무책임한 스토리, 목적 없는 잔인함은 신인감독 티를 벗어내지 못했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김지운을 추격하는 감독으로서 아직 키워야 할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 박찬욱에게서 상징과 서브 플롯을 다루는 능력을, 봉준호에게서 디테일을 심고 인물과 사건을 장악하는 능력을, 김지운에게서 폭력의 목적과 서스펜스를 짜는 능력을 나홍진은 재연구하길 바란다. 나홍진이 작가주의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자기 낙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떠드는 소리다.  [★★☆]

※덧붙이기
인상적인 출연진 중 하나인 이엘(본명 김지현). 뮤지컬과 CF로 경력을 쌓은 그녀는 내가 오래 전 팬1호 신고를 하며 알고 지냈던 매력적인 미모의 소유자.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얼개가 그렇다면 그녀는 좀 더 팜므파탈적으로 보여지도록 디렉팅 받거나 장면을 할애 받았어야 했다. 지금의 프린트로선 다소 소모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확실한 신고식이 된 거 같기는 하다. 

2004년, 김지현(이엘)님이 내 홈페이지에 손수 올려주셨던 사진(2003년에 찍은 것으로 보임)으로 친구분은 본 게시자가 모자이크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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