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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연애의 온도] 동희, 그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연애와 직장을 보장받는가

by 22세기소녀 201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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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30
우연히 만난 영화 프리랜서와 대화 중에 2013년 개봉작 상반기 결산에서 손꼽을 만한 한국영화는 네 편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자, <연애의 온도>(노덕)를 권했다.



내겐 헤어진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좋았던 기억과 집에 남아있는 흔적 그리고 배신당했다는 피해의식에 하루 한 번은 생각이 나고 또 틈만 나면 그녀의 트위터를 훔쳐보곤 한다. 안 좋은 트윗이 올라오면 기분이 좋고 데이트를 다녀온 것 같으면 화가 나고 그런다. 



하지만 이젠 먼 추억으로 보내고 싶다. 어차피 끝난 관계이고 내게 문제가 있으니 헤어진 것이겠지 하고 생각해야 한다. 들리지도 않을텐데 더 이상 나쁜 년이라 욕하지 말고 나를 변화시킨 고마운 부분만 생각하자. 내게 이별을 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사람이 하필 그 사람인 것도 좋은 만남이라고 응원하자. 


 

<연애의 온도>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얘기라고 할 것이다.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그래서 웃다가도 심각해지고 그랬다. 



그런데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동희(이민기) 캐릭터. 그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연애도, 직장도 계속해서 보장받는지 궁금하다. 그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연애/직장 초반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쉽게 화내고 말을 함부로 하며 행동이 앞선다. 담배꽁초도 함부로 버린다. 질서를 모르고 배려가 없는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여자와 직장은 저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를 가만히 두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이를 먹어 혜안이 생긴 것인가? 하긴 내 주변에서도 (내가 보기에)전혀 아닌 남자를 만나고 있는 여자를 종종 보긴 했었다. 주로 나이가 어릴수록 '나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영(김민희)은 충분히 남자 욕심 낼 위치에 있지 않은가. 아무리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다지만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는 관계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연기도 잘 하고 예쁜 김민희를 심히 아꼈는가 보다. 꼭 잘난 여자가 못난 남자를 만난다니까.



남의 연애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리 영화라지만 직장 묘사를 상당히 우습게 해놨다. 업무와 고객은 뒷전이고 사내 연애, 술자리가 일과이다. 또 근무 태만과 사내 연애, 폭력행위 등에 대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신의 직장이 아닐 수가 없다.



동희가 사실은 회장의 아들이었다는 설정도 없으니 영화는 너무 시나리오대로 찍으려고 상황을 억지로 끌고 간 무리수가 있었다고 본다.  [★★★] 



※덧붙이기
1. 동희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후배 박계장 역으로 나온 김강현을 보게 돼서 반가웠다. 단 번에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던 연극 <춘천, 거기>(2005)를 정말 좋아한다.(인터뷰를 보니 노덕 감독도 <춘천, 거기>를 떠올려 캐스팅 했나 보다.) 그가 잘 됐으면 했는데 고맙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게 될 거다. 



2.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었다. 하연수. 그녀가 김인혜였던 스무살 무렵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입시미술 관련 잡지사에 다녔던 나는 표지모델로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날 회사 디자이너가 김인혜를 추천해 주었다. 어느 동네에 가면 묘하게 생긴 예쁜 친구가 출몰하는데 애니메이션 입시 준비를 하고 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가려고 한다고 제보했다.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섭외는 하지 못했지만 실력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꾸준히 사진 작업(몇 장 다운받아 둔 것이 있다)을 하고 있는 그녀를 연예계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3. 반가운 공간도 나온다. 내가 주말이면 별장처럼 찾는 시네마테크 KOFA. 마지막에 영화 시사회 장소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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