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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4
어제 EBS에서 예약녹화해 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의 <나비사냥>(La Chasse aux Papillons)을 보다.  

아, 이제는 할부로 비디오데크 한 대 살까보다. 지금 엄마 방에 있는 비디오비전은 구형이라 TV가 켜져 있으면 예약녹화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비사냥>은 앞부분이 잘린 영화(아마도 엄마가 TV를 보다 잠드셨다가 뒤늦게 끄셨을 것)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나비사냥>은 집에 대한 애착과 가문의 몰락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탐욕의 인간들이 파리떼처럼 끓는다. 망자에 대한 애도도 없이 그들은 저들의 안녕을 위해 물건 하나라도 챙겨가려고 기웃거린다. 또 비아냥거리고 말다툼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 내 현실과도 같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에 성(저택)이 일본인의 손에 넘어가는 장면이 특히 편치 않았다. 오래 소유했던 집의 주인이 바뀌어서도 그랬고, 단순하게는 새 주인이 일본인이어서 그랬다. 이런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에도 일본인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 부러웠던 게다. 

 

<나비사냥>의 백미는 정적인 화면이 보여주는 느린호흡 그리고 그 속의 인간 관찰이다. 비오는 날의 장례식 풍경과 늙은이들의 아름다움은 지극한 일상이면서도 특히 빼어나다. 한편 간혹 끼여드는 초현실주의적인 화면은 루이 부뉴엘의 <세브린느>처럼 몽환적이면서 현실에 파고드는 힘이 있다.  [★★★]       

 

※ 덧붙이기
부산국제영화제 못 갔다고 울지 말고 EBS 영화 먼저 열심히 챙겨봐야겠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해준다. 

 


제 작 : 프랑스 (1992년도 작품), 112분
감 독 :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Otar Iosseliani
주 연 : 나르다 블랑쉐 / 피에레트 퐁퐁 바이아슈 / 알렉상드르 체르카소프
수 상 : 파시네티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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