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9.15 18:43

1997.10.20
믿기지 않았다. 김영빈의 감각이 이 영화를 만들어냈으리라고는. 어제에 이어 보게된 <불새>는 전혀 김영빈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그저그런 영화였다. 아무리 사양길에 접어든 한국영화라지만 영화판에서 이런 상투적인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주 오랜만에 싱거운 한국영화 한 편을 기분 나쁘게 선물 받고 나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불새>의 유일한 카드는 이정재라는 스타요, 그에 맞춰 지어낸 허름한 시나리오는 관객을 압도해내지 못한다. 그러니 초래하는 건 실패일 뿐. 왜였을까? 김영빈이 자신의 주특기인 주먹을 쓰지 않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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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5.21 23:10

1997.10.28
오늘도 문화학교 서울서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보다.  

영화사 100년의 명작 100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에서 내가 느낀 건 액면 그대로의 인종차별에 관한 시선이다. 흑과 백, 부국과 빈국, 연상녀와 연하남. 독일인 더 나아가 세상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편협된 시각을 갖고 세상을 살아왔는가를 파스빈더는 일찍이 이 영화를 통해 말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세상에 공개된 지 24년이나 지난 현재, 그 당시보다 나아진 건 별로 없어 보인다. 세기말의 젊은이를 열광시킨 <증오>가 인종문제를, 한국의 97년 화제작인 <쇼킹아시아>가 부국의 빈국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담고 있는 걸 보아도 이와 같은 문제는 쉬이 낫지 않는 고질적인 병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문명의 첨단을 자랑하는 세인들이 필히 반성하고 고쳐 나가야 할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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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2.13 20:37


1997.11.2
문화학교 서울서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를 보다.

겨울감기를 앓으며 이 일기를 쓴다(실은 한달 여가 지나서야 이 일기를 쓰고 있다). <러브레터>의 주인공도 감기를 앓고 있었는데. 시종 콜록거리며 자판을 두들기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하고 겨울의 냄새가 촉각을 자극한다. 그동안 마음으로 공감한 영화는 많았지만 이처럼 촉각기관까지 반응을 보이게끔 한 영화는 없었던 건 같다. 감기를 앓거나 날이 차면 꼭 <러브레터> 생각이 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정확히 겨냥하여 맞춘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는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이 여행을 위해선 감독이 나누고 분절시켜 놓은 각기 다른 시간성에 당황해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놓을, 동명의 이츠키가 들려주는 순정만화 같은 학창시절의 시간은 잃어버려서는 안될 순수와 벚꽃처럼 하얀 첫사랑의 감정을 고스란히 선물한다. 이츠키(여)가 보여주는 가족과의 시간도 온정을 느끼게 하는 <러브레터>의 배려다.

 

한편, 히로꼬와 이츠키(여)의 관계는 미묘한 인연의 현실화 과정을 보여준다. 편지를 매개로 이츠키와 히로꼬는 잃어버린 시간을 캐어내어 공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절되는 시간성에서 슈운지 감독은 전혀 맞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사이의 시공간을 연결하여 그로 인해 파급되는 감정선을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애인의 체취를 담는 것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게되는 전 과정이 가슴 뭉클케 전해져오는, 슈운지 감독의 마술을 지켜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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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1.09 11:46

1997.12.11
문화학교서울서 우디알렌의 <카이로의 자주빛 장미>를 보다.(※첫 문장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 속의 인물이 스크린 밖으로 나와 팬을 만나는 장면은 국내 CF에서도 차용했었던 멋진 장면이다. 우디알렌은 <카이로의 자주빛 장미>를 통해 영화와 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극 종반부에 미아패로우는 현실의 남자와 그의 분신인 영화 속 인물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결국 현실의 남자를 택한다. 영화 속 남자에게선 낭만과 꿈같은 삶을 얻겠지만 언젠가 싫증이 나게될 것이고(한 편의 영화는 끝이 있다. 그리고 인력에 의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반복적 기능이 있다.) 이는 결국 꿈에 불과한 일시적 유희일 뿐임을 짧은 시간 내에 계산해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한 이기뿐이다. 현실의 남자는 자신의 목적만을 채운 후 떠나버린다. 그런데 어쩐지 미아패로우는 그리 당황해하는 것 같지가 않다. 계속해서 그녀는 탐험(모험)이 있는 현실의 삶을 살 것이고 가끔은 영화를 보며 낭만도 꿈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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