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6.20 23:02

 

1999.8.29
츠카모토 신야의 <총알발레>를 보다.

 

거칠고 투박함, 현장음과 숨가쁜 호흡, 빠른 커팅과 스피드, 흑백화면, 핸드 헬드…. <철남>과의 공통분모다. 이것은 동시에 츠카모토 신야의 키워드가 된다. 일단 이 키워드는 신야의 자주정신을 읽게 한다. "네 멋대로 해라!"

 

하지만 언제나 지나친 자주(독립)영화 정신은 관객을 피곤하게 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총알발레>는 이미지(테크닉)가 내러티브를 압도하는데 보고 있자면 눈은 즐겁지만 두뇌는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이런 편집술이나 카메라워킹이 너무 튀는 영화를 증오한다. 도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택시 드라이버>와 <증오> 그리고 <나쁜 피>를 발견할 수 있어 덜 피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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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2.13 20:48


1999.11

영화 메모.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일이다. <4월 이야기>라는 영화가 몇 분만에 완전 매진되는 일이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자기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은 손들어달라고 했다.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이 올라갔다. 감독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니….

 

문제의 영화 <러브레터>는 이미 불법으로 대략 10에서 40만이 관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제 테잎으로 또 대학가 행사 단골영화로 보급(?)된 것이다. 나 또한 시네마테크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개인소유로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 그럼에도 극장 개봉 시, 대부분의 경험자들이 갖고있는 생각처럼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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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2.13 20:16

1999.11.20
정식 개봉한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를 보다.
(이 일기는 12월 1일에 쓰여졌다)

새벽에 여자후배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선배, <러브레또>에서, 사랑은 뭐라 말한 것 같아?"

 

글쎄, 뭐였을까! 거듭 보면서 나도 이 점을 궁금해하던 차였다. 평소 (쓸데없는 것)고민하기 좋아하는 나는 머리를 이불에 처박고 또 삐질삐질 생각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냉정히 말하면 한 여자(히로꼬)는 속은 거고, 다른 여자(이츠키)는 새삼 기뻐질 일이 생긴게 <러브레터>에서의 사랑 아니었나? 그렇다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관객들의 감동어린 찬사는? 글쎄, 그건 좋은 느낌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아 모두들 쉬쉬한 게 아닐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건 한 회의주의자의 편견에 지나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분명 이츠키가 답장을 띄우지 않는 걸로 돼있다. 이건 감독이 각자 좋은 추억으로서 사랑을 간직했으면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츠키(여)에게 애인이 없다는 사실은 추억을 보다 소중하게 간직하게끔 만든다. 
 

<러브레터>는 <TV는 사랑을 싣고>와 비슷한 거 같다. 잃어버렸던, 혹은 잊어버렸던 추억을 되살려주니까. 여기에 <러브레터>의 미덕이 있다. 히로꼬에겐 사랑했던 사람의 추억영역이 과거로 더 확대되는 선물이 되었고 이츠키에겐 두 말할 나위 없는 첫사랑의 추억선물이 된 셈이다. 두 여자 모두는 기억 속에 이 추억을 공유하고 저장함으로써 행복하게 잘 살 거다.


다음날 후배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러브레터>의 첫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느끼게된 감정과 같아서 참 좋았어요. 히로꼬가 설원에서 잘 지내나요? 전 잘 지내요 하는 장면은 어찌할 수 없었던, 또는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을 작정하고 해소시키는 의미있는 장면이었구요. 또 죽기 전에 세이코의 노래를 부른 이츠키의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츠키는 히로꼬를 진정 사랑한 거예요. 그가 닮은꼴의 여자를 연인으로 만드는 용기를 낸 건, 남자들이 제 엄마와 닮은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거예요,. 이츠키는 잘해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남풍 운운하는 노래를 불렀던 거죠. 히로꼬가 오타루보다 아래에 있는, 남쪽 도시 고베에 사는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영화를 느낀 후배의 모든 말이 옳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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