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7.20 23:02

2007.3.10
온전히 <달의 애인들>을 녹화·소장키 위해 비디오비전을 샀다. EBS가 예전에 방영해준 <나비사냥>을 통해 오타르 감독의 존재를 처음 알았고 이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안녕, 나의 집!>을 보았다. 전주영화제서 <노래하는 검은새를 보았네> 본 이후 오타르 영화의 팬이 되어버렸다.  

<달의 애인들>은 마치 자동기술법에 의해 찍혀진 것 같다. 이는 줄거리가 없다는 얘기고, 특별히 주인공을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또 영화는 현재와 과거, 흑백과 컬러가 교차한다. 그렇다고 무슨 소린지 모를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시종 클래식이 흐르는 가운데 일상의 소음과 함께 삶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최근 국내 개봉했던 <파리의 연인들>처럼 파리의 여러 인물, 여러 사건이 펼쳐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 속은 심심하지 않다. 독하다. 매춘, 무기 밀매, 불륜, 빈집털이, 부자와 거지, 담배 피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처럼 파리를 풍자와 조롱으로 바라보고 있다. <달의 애인들>은 1984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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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07.12.26 17:11

2007.12.25
결국 비는 와주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영화관 연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집에서 혼자 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 <별빛 속으로>를 보다.

싸구려 영화까지 챙겨보느라 이런 값진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구나. 반성하는 2007년이다. 강경옥의 만화 <별빛 속에>의 리메이크쯤으로 생각했던 <별빛 속으로>는 황규덕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작품.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나 <철수♡영희>와 같은 청소년물에 능한 감독쯤으로 생각했던 중견 황규덕 감독이 <별빛 속으로>와 같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그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었다.

황규덕 감독은 "<천녀유혼>에서 보여졌던 사람과 귀신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의 능청맞은 애매모호함에 영향을 받았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과연 영화는 아름답고 슬프며 능청맞고 애매모호했다.

다시 본다면 더 깊이 읽을 수 있겠지만, 관람한 영화는 개인의 자유를 독재로 빼앗은 70년대를 판타지와 호러와 멜로가 중첩된 장르 속에 잘 집어 넣었다. 환상과 현실을 포갰다가 분리하면서 영화는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충고한다. "너희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꽃밭이나 배회하다가 향기 맡으려 기웃거리단 큰 낭패볼 거야. 다들 정신차려. 간절히 염원해야 해."

제작비 10억 원의 저예산으로 영화는 좋은 배우들을 의외로 많이 모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정경호의 초상과 의식있는 목소리 정진영, 그리고 신예 차수연의 분위기가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운데 김민선과 김C(본명 김대원. 박지윤과 함께 주제곡도 불렀다)가 영화적 활기를 더했다.  [★★★☆]  

※덧붙이기
수업시간에 나왔던 시는 릴케의 "오르페오스를 위한 소네트" 2부 27편이다. 수지의 한옥집은 세트인 내부를 제외하고 인천역사박물관에서 촬영한 것이다. 수영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는 원래 외국곡으로 우리나라에선 "현경과 영애"라는 여대생 듀오가 74년에 발표했다. 제목은 "그리워라"로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상 <별빛 속으로> 홈페이지 및 웹기사 서치를 통해 궁금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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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07.12.23 09:59


10.7
부산국제영화제 누리기 마지막 날, 부산극장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보다. 예매 개시 1초만에 예매했던 영화.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기본적으로 시골에서 영화 찍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후나키를 기다리며>는 시골마을로 촬영 헌팅을 떠나고 <린다 린다 린다>도 지방 학교가 배경이다. <마츠가네 난사사건> 역시 뭘 담을 게 있다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동네에 카메라를 가져간다.

쿠라모치 후사코의 인기만화 <천연 꼬꼬댁>을 원작으로 삼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아예 전교생 7명인 시골 중의 시골이 배경이다. 이 심심한 동네에서는 또 무슨 얘기를 할까. 야마시타 노부히로라면 즐거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제목 그대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영화다. 특별한 욕심을 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인물과 인물 사이, 자연과 인물 사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시골마을을 온정적으로 다루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이번에도 특유의 유머를 발휘해 가며 가슴 따뜻해지는 청춘영화를 빚어냈다. 

영화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 웃음 짓게 만든다.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 아이에게 간식으로 나온 수박을 가져다 주라거나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에피소드가 그렇다. 벽돌을 깨주는 장면은 또 어떠한가. 다소 만화적인 설정도 귀엽다. 귀신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구해달라고 발버둥친다거나 소년의 후드 코트가 갖고 싶은 소녀와, 소녀와 키스를 하고 싶은 소년의 거래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뽑아낸 빼어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 면면에도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누나 관객들의 탄성을 내지르게 만든 남자 주인공 히로미 역은 오카다 마사키가 맡았다. 큰 키에 순정만화적 나이스바디를 자랑한다. 소호 역은 카호. 교복이 잘 어울리는 전형적인 미소녀 타입이다. "여름방학 한 달을 통째로 할애해서 즐겁게 촬영한 영화"라고 일본 무대인사에서 소감을 밝힌 카호. 교복 화보집이 발간되면 당장 사고 말테다. (변∼) 막내 타우라 사치코 역을 맡은 미야자와 사야의 귀여움도 영화를 행복하게 한다. 방광염에 걸린 막내를 위해 언니가 방문하자, 와락 껴안고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마냥 올려다보는 눈망울은 몸을 녹게 만든다.

각본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와타나베 아야가 담당했는데 역시 섬세함이 돋보였다. 시마네현에서 촬영되었다.  [★★★☆]

※덧붙이기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enko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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