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1.11 01:02

12.4∼12.5
주말은 온전히 시네마테크 KOFA에 바쳐졌다. 토요일에 <아델의 사랑이야기>(1975)를, 일요일에는 <폭풍의 월요일>(1988)을 보았다. 두 편 모두 청계천에서 발품 팔던 이십대 초반, 비디오 껍데기(케이스)라도 확인하고싶던 영화였다. 그런데 그렇게 애타게 찾던 숨은 걸작들을 이렇게 필름으로 마주할 수 있다니 영상자료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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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관람을 통해 예측해 보건데 두 편 모두 국내에서 개봉이 됐던 모양이다. 세로 자막과 타이포, 수입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폭풍의 월요일>은 2008년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서도 상영된 바 있다. 

<아델의 사랑이야기>(혹은 <아델 H 이야기(The Story Of Adele H)>)는 뭐 그냥 아주 이자벨 아자니에 취해 보는 영화다. 중학교 때 영화광 급우는 이자벨 아자니 광팬이었는데 아자니는 정말 미학적 연구대상이 될 만큼 창백한 아름다움을 가졌다.(소피마르소보다는 좀 못하지만)

영화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레 미제라블> <노틀담의 곱추> 등)의 둘째 딸 아델 위고의 실화를 기초로 한 작품. 꽃피는 20살의 아자니를 평론가 겸 감독 프랑수아 튀르포가 흠모해(?) 만든 광기의 사랑 영화로 아자니를 꼬시기 위해 만든 영화로 보일 만큼 영화는 온전히 아자니의 연기와 미모로 밀어 부친다.(트뤼포는 촬영 도중에도 아자니의 연기를 지켜보며 눈물을 쏟았다고) 나도 튀르포처럼 똑똑하고 잘나서 세기의 여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아오이 유우나 요즘은 아이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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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자니의 연기가 제법 볼만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라는 표현대로 아자니는 온통 한 남자에 풍덩하는 사랑을 신들려 연기한다. 이후 출연작인 <퍼제션>(1981) <까미유 끌로델>(1988)에서는 더더욱 깊어진 광기의 연기를 볼 수 있다. 박찬욱은 <박쥐> 캐스팅 전 김옥빈에게 이 영화를 추천했다는데 김옥빈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던 거 같다.  [★★★] 

※덧붙이기
최근 <스커트 데이>(2008)를 본 적이 있는데 뚱뚱 중년 아자니를 만났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면 살이 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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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1.03 09:30

2010.12.31-2011.1.1
2010년은 생에 가장 고통스런 한해였다. 그 끝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종로를 걸었다. 피맛골 생선구이 골목이 없어졌다. 오세훈은 중년과 가장들이 회포를 푸는 아름다운 아지트를 포크레인으로 묻어버렸다. 단 한 사람의 주관으로 서울이 이렇게 흉물스럽게 바뀌어가도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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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앞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소개팅이 깨진 현승이가 합류했다. <카페 느와르>가 시작되었다. 야윈 한 소녀(정인선)가 카메라를 응시한 채 커다란 햄버거를 끝내 다 먹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토가 나올 지경인데 카메라는 3분 여의 롱테이크로 집요하게 그 모습을 다 보여준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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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카페 느와르> 같은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척'하는 것 같은 온갖 실험들과 낯설게 하기. 이미 고다르를 통해 신기해했던, 유행이 지난 것들. 감독의 취향일 수 있지만 난 정성일이 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가벼운(?) 영화를 만들어 주길 바랐다.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가. <카페 느와르>에 감독은 다 쏟아 부었고, 한없이 무겁다. 역시로 남은 '정성일' 평론가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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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와 개인의 아카이브로 꽉 찬 1부보다는 2부가 좋았다. 지아장커식으로 담은 곧 사라질 공간(청계천)의 슬픈 아름다움. 정유미가 있는 흑백의 기이한 여행. 무엇보다 영화 같아서 좋았다. 특히, 정유미의 12분 짜리 연극적 대사가 담긴 장면은 아름답고 놀라웠다.(감독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것을 주문했고 정유미는 9개월 간 이 대사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한다) 정유미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빨려 들어가 내가 영화가 되었다. 정유미가 아니라면 아우라가 생기지 않을 장면. 그리고 나를 또 깜짝 놀라게 한 장면. 정유미가 춤추는 장면. 저 사람이 저럴 사람이 아닌데 정성일은 정유미를 춤추게 했다. 역시 롱테이크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허우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를 보는 듯 취했다. 정유미가 싸이더스에서 나와서 이런 영화에 출연하고 놀고 있는 게 좋다. 올해의 정유미 베스트씬 중 하나. 한편, 요조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긍정의 기운들이 있어 좋았다. 숨막히고 우울의 연속에서 요조는 숨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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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시간 18분(감독의 표현으로는 2시간 78분)을 달렸고 저녁 11시부터 시작된 관객과의 대화는 1년을 넘겨 새벽 1시 30분이 돼서야 끝'냈'다. 이미 대중교통은 차고지에서 잠자고 있을 시간.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대부분 돌아가지 않았다. 관객들이 감독과 가녀린 여배우(정인선)를 생각해 암묵적 동의 하에 GV를 종결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런 미친 짓이 좋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한 2010년 12월 31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훗날, 그 남자 거기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있었다 라는 사람과 만나, 밤새도록 또 영화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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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는 신념과 주견이 있는 영화다. 감독의 설명을 통해 이해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진심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다시 보게 된다면 더 좋고 더 아플 것 같다. 한 번 읽은 적 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백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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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도 쓰인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는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잠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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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느와르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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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0.12.29 01:24

12.28
밤사이 화장실 갈 땐 눈 내리는 걸 볼 수 없더니, 아침이 하얗다. 목욕을 갈까, 좀 더 잘까 하다가 조조영화로 <김종욱 찾기>를 보았다. 관람료는 5백원!(조조관람료 4천원, TTL카드 2천원 할인, 롯데카드 1천5백원 할인) 앞으로 조조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관을 적극 애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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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첫사랑은 고3에서 20살까지 사귀었던 H.H. 굳이 찾고싶은 생각은 없다. 버스에서 내리다 아기 업고 시어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고(서로 "어!" 소리만 냈다), 한 번은 도서관 앞에서 나에게 담배를 권한 터라(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폈다고!), 지금은 간절함이 남아있지 않다. 아마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면 플레어스커트에 긴 단발머리, 상기된 볼의 첫사랑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2. 대학교 때 문학상을 받은 희곡의 제목은 <추억의 지속>이었다. 주인공은 엄마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녀는 엄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하고. <김종욱 찾기>에서 이 추억의 지속은 중요한 키워드. 임수정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했었다. 끝을 보기가 두려운 것. 동창 찾기 사이트는 그래서 잘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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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수정, 공유, 요 귀요미들. 잘 들 논다. 임수정의 연기 디테일에 놀라고 로맨틱코미디 릴레이 주자로서의 공유에 놀랐다.

4. <김종욱 찾기>를 뮤지컬로 먼저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요소가 다분했다. 만약 뮤지컬 체험이 먼저였다면 영화는 별로 였을까? 이건 다행인가 불행인가?

5.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역대 김종욱들과의 만남과 출연진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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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0.12.26 21:04

2010.12.26
3년 만에 혜림씨를 만났다. 보이시한 매력에서 아리따운 아가씨로 바람직하게 성장 중이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와 함께 있어도 돼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예뻐져 있어, 사실 내 뜻대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둘의 관심사인 영화를 보았다. 사전에 3편의 후보작을 그녀에게 올렸고 그녀가 고른 두 편 중 <황해>를 예매했다. 선택한 극장은 옛 명성은 사라지고 자본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내 세대에는 각별했던 영화 <접속>의 채취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추격자>로 대중과 평단이 주목한 나홍진. 차기작이 수월해졌다. 나홍진은 박찬욱, 봉준호 같은 감독이 되고 싶었다. 사회적 이슈를 끌어들이고 볼거리를 보여주었다. 

<황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나홍진 쪽이 작가주의 욕심일 테고 장르적인 재미는 제작사 쪽의 요구일 것이다. 결과, 나홍진은 장르에 능하지만 작가주의엔 부족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156분간 대중의 관심과 공분은 사지 못하고 추격씬에만 심장이 뛰게 만들었다.(트럭 전복씬은 마치 트럭이 생물처럼 연출되어 감동했다) 도대체 왜 러닝타임이 그렇게 길어야만 했지? 조선족을 다루는 플롯,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 어디에도 긴장감은 없다. 인과관계에 무책임한 스토리, 목적 없는 잔인함은 신인감독 티를 벗어내지 못했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김지운을 추격하는 감독으로서 아직 키워야 할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 박찬욱에게서 상징과 서브 플롯을 다루는 능력을, 봉준호에게서 디테일을 심고 인물과 사건을 장악하는 능력을, 김지운에게서 폭력의 목적과 서스펜스를 짜는 능력을 나홍진은 재연구하길 바란다. 나홍진이 작가주의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자기 낙관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떠드는 소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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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출연진 중 하나인 이엘(본명 김지현). 뮤지컬과 CF로 경력을 쌓은 그녀는 내가 오래 전 팬1호 신고를 하며 알고 지냈던 매력적인 미모의 소유자.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얼개가 그렇다면 그녀는 좀 더 팜므파탈적으로 보여지도록 디렉팅 받거나 장면을 할애 받았어야 했다. 지금의 프린트로선 다소 소모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확실한 신고식이 된 거 같기는 하다. 

2004년, 김지현(이엘)님이 내 홈페이지에 손수 올려주셨던 사진(2003년에 찍은 것으로 보임)으로 친구분은 본 게시자가 모자이크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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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0.12.19 09:51

2010.12.18
영화 <태어나긴 했지만> 한예슬-송중기 캐스팅! 

난 이런 게 싫다.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좋은데 굳이 드러내서 원래의 것이 바래지고 왜곡시키는 것. 가령 <품행제로>(1933) <무방비 도시>(1945)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비열한 거리>(1973) <열혈남아>(1987)와 같은 고전 원작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 원작과 아무런 상관도 없으면서 제 멋대로 제목을 가져다 쓰는 것들.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 나는 리메이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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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의 걸작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 앞으로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태어나기는 했지만'을 제 멋대로 떠들고 다니겠지. 영원불멸해야 할 고유명사가 공짜로 헐값에 처분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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