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12.08 17:56

2011.12.7
2011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통해 <자전거 탄 소년>을 보다.



예매 따윈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 현장 구매를 택했는데 맨 앞 구석진 자리 하나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영화는 매진되었고 나 같은 생각을 가진 다수가, 발걸음을 돌렸다. 씨네큐브의 로비는 마치 CGV 같았다. 
다르덴 형제는 이번 역시 청소년 문제를 통해 사회를 얘기했다.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계획 없이 낳았을 아이는 무책임하게 버려진다. <더 차일드>의 아기가 자란 모습인 시릴은 '로제타'보다 더 일찍 세상에 던져졌다. 아이들이 왜 세상 살 걱정을 해야 하는가.
목이 아팠고 눈물이 났다. 그래도 다행히 소년은 따뜻한 위탁모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소풍을 갈 것이기에 마음이 놓인다.  
시릴 역을 맡은 토마스 도레의 연기는 내가 아는 정말 말 안 듣지만 미워할 수 없는, 착한 고양이 ○○(프라이버시로 인해 이름 밝힐 수 없음)와 똑같았다. 꼬마의 연기가 이처럼 완벽하고 대단하다니, 무섭다. 그리고 다르덴의 페르소나인 제레미 레니에, 반가웠다. 
이번 역시 거두절미하고 시작해 핸드 핼드로 숨막히게 인물을 쫓다가 냉정하게 끝맺는 다르덴의 영화, <자전거 탄 소년>. 아직까지는 아마도 올해 본 최고의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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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11.25 23:26

2011.11.25
2011 청룡영화상 TV 중계를 시청했다. 이제까지 본 시상식 중 최고였다. 지지하던 신인남우상 이제훈(<파수꾼>)을 제외하고, 줄곧 흥행작 위주로 상을 나눠주기에, 올해도 역시나 마찬가지로구나 생각했다. 뻔한 진행과 수상 소감에 질려할 즈음, 호명되는 감독상 류승완! 이게 웬일이래? 감독이 시상식에 참석치 못해(설마 안 한?) 대리 수상한 감독의 아내 강유정(<부당거래>를 제작한 영화사 외유내강 대표)의 수상 소감은 류 감독의 전함 말이었는데,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의 개념 발언이 먼저 있긴 했었지만 류승완 감독의 소감은 생방송 중에 터뜨린 보다 직접적인 것이었기에 통쾌했다.

그러나 흥분과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여우주연상이 김하늘. 탕웨이를 시상식장까지 불러왔기에 그녀의 측근인 양 기쁜 마음으로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해줄라 했는데, 아니 이건 또 뭔 시나리오? <블라인드>를 보지 못했기에 뭐라 더 할 말은 없지만 그렇더라도 설마 김하늘의 연기가 <만추>의 탕웨이에 비할까.

실컷 욕쟁이 할머니처럼 혼잣말로 주최측인 조선일보 욕을 하고 있는데, 다시 또 호명되는 류승완. 작품상 <부당거래>! 조선일보가 진정 미친 것인가? 스포츠조선 발행인이 시상자로 나와 스포츠조선은 공정하다고 엄청 자랑질 하기에 몸둘 바 몰라했는데, 반전의 드라마가 막판에 또 펼쳐졌다. 

<부당거래>는 대놓고 조선일보의 부당거래를 꼬집는 영화 아닌가. 아, 이것 참, 조선일보 만세다! 강혜정 대표의 말대로 청룡영화상 공정한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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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9.11 17:33

9.11
대학로 CGV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보다.

빨리 찍기로 유명한 그의 영화를 오래도록 보지 못했다. 칩거중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강원도에서 버스를 개조해 살기도 했던 그의 삶 자체가 종종 야인처럼 보였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가 조감독 배신 얘기가 나오고, 갑자기 칸영화제 <아리랑>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시 잊혀졌던 김기덕의 그간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그의 칩거 전모를 알 수 있는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지만 감독이 흘린 말에 의하면 개봉은 불투명해보였다. 그러다 오늘 특별전 형식으로 <아리랑>을 볼 수 있었다.

영화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빨간 버스를 개조해 살던 때처럼 뭔가 낭만적이고 전원적인 삶을 생각했는데 무기력하고 생존을 위한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욕구를 셀프방식으로 완성해 냈다. 그러니까 혼자서 배우가 되고, 연출을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 쓰라고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고, 상황이 어떻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있는 것 같다. 김기덕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 같지만) 정말 획기적인 발상법으로 풀어내면서 영화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리랑>은 다큐와 픽션을 넘나들며 자기를 치유하는가 하면 한국영화계를 비판하고 있다. 간혹 치기어리다, 약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한편으로 연민이 가고 응원을 하고 싶은 건 한국영화계를 향한 쓴소리가 틀린 말은 아니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비단 김기덕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가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 <아리랑>은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격려를 계기로 다시 일어나 김기덕 감독만의 독특하고 도전적인 영화를 만나길 기대한다.  [★★★★]

※덧붙이기
1. <비몽> 촬영 중 이나영이 (감독의 구조가 아니었다면)죽을 뻔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등골이 오싹했다.

2. 김기덕 감독이 총을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만드는 사람이란 건 충격이었다. 영화에는 이 외에도 참 ‘김기덕스러운 것’(?)들이 많이 나온다.

3.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에는 <아멘>이라는 김기덕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역시, 빠르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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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8.24 17:53

8.15
<최종병기 활>을 보다.

김기덕의 <활>을 피한 것인지, 만화 <최종병기 그녀> 팬이라 그런 것인지 제목 한 번 거창하게 지은 <최종병기 활>. 제목의 기세대로라면 활(弓)은 많은 활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한국선수끼리 펼친 양궁 결승전처럼 긴장감이라든지 승부의 맛이 덜했다.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재료의 내러티브 기여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활의 활약이 적었던 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돌아가는 화살, 개조된 화살과 같은 몇몇 아이디어가 있긴 하지만 이 보다 아이디어는 더 많을 것이며 그에 따라 긴박감 넘치는 연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활의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면이 더해졌어도 좋았을 것이다.

영화는 시간에 쫓겨 만들었는지 느슨하다. 팽팽하게 잡아당겼어야 할 추격 장면은 시간, 공간에 대한 계산이 치밀하지 못하다.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장면들이 흐름을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추노>와 같은 세공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랑이 습격 장면의 CG는 티가 지나치고 사족처럼 보이는 중반의 설명 자막은 없는 것이 낫다. 굳이 넣을 거라면 폰트 디자인을 좀 더 세련되게 하고 더불어 말줄임표(…) 위치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사람들에게 친근한 ‘활’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택했으나 애초 영화는 ‘브로큰 애로우’를 장착하고 쏜 영화처럼 보인다. 활대와 시위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화살도 잘 갖춘 후에 쏘았더라면 <왕의 남자>처럼 명절을 국민적 관심 속에 건너는 대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덧붙이기
1. 이경영, 류승룡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화면을 채우고 풍성한 서사를 만든다.

2. <괴물>의 배두나 양궁장면 같은 명장면을 문채원에게 기대했으나 마지막에 단 한 번 뿐이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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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8.10 18:04

2011.7.16
어느 덧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5회 째. 그동안 내 나이도 15년이 흘렀다. 가는 길 멀고 늘 장맛비 내리는 영화제이지만 내게로 오지 않은 미지의 영화들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기쁨을 위한 수고는 올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15회 영화제 첫 관람작이 된 <로봇>도 비 오는 가운데 험난한 노정[회사→(버스, 도보)→한남역→(전철)→용산역→(급행전철)→송내역→(택시)→고려호텔→(셔틀버스)→부천시청]을 거쳐 만날 수가 있었다.

<로봇>(2010)은 인도영화답게 상영시간이 177분에 이르는 야심 대작. 인도를 대표하는 아이쉬와라야 라이가 주연을 맡고 <해운대> 제작비 3배가 넘는 거대 자본(약 440억)을 들였다. 에로를 뺀 액션, 멜로, SF, 호러 등 모든 장르 혼합과 선배영화 패러디를 통해 재미를 선사하며, <트랜스포머> <매트릭스>와 맞장뜨려는 막판 기세는 B급 감성을 자극시켜 컬트적 마력에 빠지게 만든다. 또 인간과 로봇의 공생에 관한 문제적 접근을 통해 스토리에 대한 고민을 빠뜨리지 않는 인도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

<로봇>은 로봇이 사랑의 감정을 갖게되고 자신을 버린 창조주를 복수한다는 스토리로, 기대되는 인간 적응 에피소드와 인도영화 특유의 가무(歌舞)가 있는 때깔 나는 뮤직비디오 삽입으로 재미를 더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서인지 이번 영상은 화려한 의상과 세트는 물론이고 관광지(모래 호수) 투어가 더해져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황홀했다. 

한편, 한국 나이 39세, 불혹을 바라보는 아이쉬와라야 라이는 이십대 초반의 외모로 관객을 홀린다. 전통 가무부터 2ne1을 연상시키는 댄스와 랩까지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그녀를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옆에 앉은 두 여성관객이 도중 스마트폰 검색까지 해가며 미친 듯이 흥분할 때에도 절대 믿지 않았다. 반면, 1인 2역(닥터 바시가란과 로봇 치티)을 무리있게 소화해 낸 라즈니칸뜨는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해도, 징그럽다. 연인 관계로 나오는 아이쉬와라야와 실제 24살 차이가 나는 이 49년생은, 환갑도 지나셨는데 참 대단하시다 라는 표현 외에는 뭐라 할 말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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