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12.09 14:27

2012.11.18
대학로 CGV에서 조조로 <내가 고백을 하면…>을 보다.

1. 영화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같은 아트계열 영화관에 가면 궁금하곤 했다. 지금 여기 관객들은 어디서 어떻게 오게된 걸까? <내가 고백을 하면…>을 보면서 관객 중에는 강릉과 같은 먼 곳에서 보고싶던 영화를 꼭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좀 감동스럽게 느껴졌다.

2. 서울
내가 비싼 월세를 내가며 서울에 사는 이유도 좋은 문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서울아트시네마,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씨네큐브, 씨네코드선재 같은 최고의 힐링캠프가 있기에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3. 속초
올 봄 속초여행을 다녀왔다. 눈의 숲을 지나 도착한 속초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인터넷에서 메모해 간 맛집, 명소를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즐거움만 있었다. 집에 돌아와 속초 집값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서울을 포기할 수는 없고 속초에서 가끔 지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한참을 미소지었다.

4. 여자
연애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결론 내린 이상형은 영화적 동지다.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함께 영화적 장소(촬영지 등)로 여행을 가는, '바른 생각'을 가진 여자(영화 속 유정 같은)를 만나고 싶다.

5. 내가 고백을 하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와 압구정 까페 조제 대표인 조성규가 연출한 세 번째 영화이다. 그는 이번에도 자기반영적인 영화로 승부를 했다. 영화 초반, 평론가 역할로 목소리 출연한 박해일은 "별 반개. 자기반영,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먹고 노는 게 다잖아"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는데 이는 이용철이 '씨네21' 전문가 20자평에서 조성규의 데뷔작인 <맛있는 인생>에 선사했던 단평이다. 조성규는 이 최악의 평가에 절치부심, 절차탁마 하여 <내가 고백을 하면…>을 내놓았는데, 어느 정도 복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에 삼세판은 없다고 하는데, 집념의 조성규 계속해서 영화 만들어도 되겠다.   

<내가 고백을 하면…>의 장점은 솔직함이다. 예지원, 김태우와 같은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도 있지만 자기 반영이 영화적으로 아주 잘 녹아들어 있다. 아마도 관객들도 경험적, 정서적 공통 분모에서 좋아했을 것이다. 절대 이 영화처럼 될 수는 없을 테지만, 영화라는 것을 통해 잠시나마 아주 행복하게 꿈꾸게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크게 성취를 이루었다.

6. 강릉
올 겨울에는 강릉으로 떠나야 겠다. <내가 고백을 하면…>에 나왔던 까페 테라로사, 태광회식당, 장안횟집, 서지초가뜰, 까페 쿠바를 투어하며 나름의 영화를 찍어야겠다. 그러니까 마지막 목적지인 영진해변의 까페 쿠바에서는 영화에서처럼 눈이 폭폭 나렸으면 좋겠다.  [★★★☆]

※덧붙이기
1. 영화에도 등장하는 광폰지나 조제 까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즐거움을 더 챙겨갈 수 있다.

 

2. 남자주인공 이름이 조인성이다. 그리고 영화 초반 제작투자를 위한 자리에서 언급된 감독은 김용태로 <만추>의 김태용 감독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이런 장난스러운 디테일 좋다.

 

3. 엔딩크레딧 폰트가 영화랑 잘 어울린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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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10.30 22:25

 

2012년 10월 30일
2012 '대종상' 영화상을 보았다. 예전 수상의 만행들을 망각하고, 보고 말았다. 오늘 '광해 영화상'을 보면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 듣지 않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영화상 정보를 보려고 대종상 사이트 접속을 하려했으나, 이미 트래픽 초과이다. 아무래도 나처럼 분노한 시청자들이 많았나 보다.

 

대종상은 협회회원들이 심사와 선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무슨 일이든 항상 협회비를 걷는 협회가 문제다!) 즉, 원로영화인들이 심사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러한 결과가 안정된 사극인 <광해>가 싹쓸이가 가능케 했고 욕먹게 했다. 그들은 또 그들에게 익숙한 김해숙에게, 조민수에게, <은교>에, <해로>에 기꺼이 투표했다. 물론 이 중에는 기꺼이 수상의 영광을 누릴 대상이 있다. 하지만 추하고 쓸쓸한 결과도 분명 있다. 

 

대종상을 오기로 시청하면서 객석 어디선가 야유를 보냈으면 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피에타)이 후련케 했다. 특별상 수상자로 내정되어 대종상을 찾았으나 그는 주최측이 저지른 '광해사태'를 참다못해 수상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나의 추측이나 곧 김기덕 감독의 변이 있을 것이다) 한편, 박해일은 남우주연상 시상을 한 후, 함께 시상에 나선 김하늘과 (저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웃음을 참지 못하며 "올 한 해 한국영화 정말 풍년"이라는 쓴 소리를 했다.

 

대종상, 50년 역사를 자랑한다지만 이럴 거면 정말 없어져도 좋을 상이다. 역사와 전통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시 또 다짐한다. 내년엔 절대 '대종상' 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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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09.08 16:04

2012.9.8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피에타>를 보다.

이번 영화는 또 며칠만에 완성했을까? 여전히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하지만 김기덕만의 날것과 독창성이 살아있어 끌린다. 이번 <피에타>는 특히 MB에서 박근혜로 이어져 국민의 생존이 더 고통스러워 질 한국사회에 대해 커다란 근심을 내비쳐 차갑고 뜨겁게 다가왔다. 더 이상, 나라가 소시민을 상대로 돈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악마로 가득 찬 대한민국이 되지 않으려거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따라야 할 것이다.     

김기덕이 앞으로도 그만의 자주적인 제작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제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등을 혼자의 힘으로 하는 고집은 그를 더욱 힘들게 할 테지만 낭비는 없게 될 것이다.  [★★★☆]

※덧붙이기
1. 관람 후 근처 청계천 세운상가를 찾았다. 오래된 건물에는 여전히 하루 밥벌이를 위해 가게문이 열려 있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액자 집에서 추억의 왕조현 브로마이드 패널을 샀다. 며칠 전 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한 장면 영향도 있었고 집에 걸어두면 근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영화 속 배경인 청계천 일대를 둘러보았다. 한 때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기에 촬영했을 법한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곳이 머잖아 사라진다니. 중국의 따산쯔(大山子)처럼 세운상가 일대를 예술특구로 개발하는 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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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08.15 23:43

2012.8.15
폭우 내리는 감성적 오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이하 <그 시절, 소녀>)를 보다.

대만의 손예진, 천옌시. 올 여름 PiFan 때 <소울 오브 브레드>로 방한하기도 했던 <청설>의 배우. 1983년 생으로 이제 청초함은 다소 가셨지만 영화 속 그녀는 여전히 교복이 어울렸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죽거나 망했다. 여전히 궁금한 소녀는 있지만 추억으로 있는 편이 낫다는 걸 알기에 수소문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절, 소녀> <건축학개론> <써니>와 같은 영화를 통해 회상하며 즐길 뿐. 

<그 시절, 소녀>는 비교 언급되고 있는 <건축학 개론>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머리를 묶는다든지 하는 사소한 것으로 설레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영화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대만여행을 해야할 듯 싶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수작 청춘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지.  

사랑은 알 듯 말 듯 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당시엔 아프지만 정말 그런 것 같네. 내가 가지지 못한 사랑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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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07.23 12:09

2012.7.22∼7.29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결산. 이번 영화제는 아예 여름휴가를 써서 즐겼다. 덕분에 영화제 19편 관람이라는 개인 기록을 세웠다. 보다 체력이 강했다면 30편 신기록도 달성할 수 있었겠으나 무리하지 않았다.

 

 

이번 PiFan은 비가 안 오니 또 아쉬웠다. 무슨 심보래. 간판 덕지덕지 붙은 삭막한 폭염의 도시에서 방황하는 내가 마치 모하비 사막을 걷는 카멜레온 '랭고(Rango)' 같았다.

 

<모테키> 감독과 PD

 

PiFan의 장점 중 하나는 영화와 게스트가 대중과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프로그램이 뛰어났다. 무엇을 고르더라도 기본은 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깜짝상영' 선정이 대충인 것 같았다. 깜짝상영의 경우, 영화제 기간동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거나 예전처럼 신작을 깜짝 공개(2004년 영화제에선 <쓰리, 몬스터>를 들고 박찬욱 감독이 나타났다) 한다거나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영화 상영과 수급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다지 화제작이 아닌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막판에 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부천시청 1층 라운지

 

부산이 방황하는 사이 부천은 상영관 문제를 해결했다. '롯데시네마-부천시청-CGV-프리머스-한국만화박물관'을 가깝게 모아주는 안정적 셔틀버스 운행으로 관객들은 오로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단, 한국만화박물관은 대중교통과 음식점 문제가 심각하고, 시청은 스크린과 좌석이 성치 않아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 영화관과 영화관 사이의 삭막함을 축제적 무드로 바꿔 줄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부천시청 광장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PiFan 2012 영화일기.

 

7월 22일(일)
형수 생일에 참석한다고 토요일 관람은 패스했다. 예전에는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고민 끝에 영화를 보러갔다가 늦게 장례식장을 찾는 나였으나 놓친 영화가 내게 다시 올 거라 이제는 믿기에 하루 늦게 일요일부터 레이스를 시작했다. 어제의 양주로 늦잠이 필요했으나 잠은 이따가 틈틈이 자기로 하고 160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여기서 잠시 영화제 교통편 얘기를 하자면 강북 사람이 부천을 가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이대, 홍대, 합정 등을 경유해 가는 1300번이나 1601번 버스를 이용하는 것인 듯 하다. 전철을 이용할 경우 상영관인 롯데시네마, 부천시청, CGV, 프리머스 가는 길이 여간 불편하고 더딘 게 아니다. 잘 몰랐을 때 택시비 엄청 날린 경험이 많다. 앞서 말한 버스를 이용한다면 홍대에서 각 영화관 앞까지 20∼30분 안에 당도할 수 있다.)

 

 

첫 번째 관람은 <V/H/S>가 되었다. 원래는 <숫호구>를 보고 싶었으나 매진이었다. <V/H/S>는 야구에서 1번 타자가 진루한 것과 같은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2루타로 진루했으니 앞으로의 일정에 기대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촬영 방식(<클로버필드>를 떠올려 볼 것!)이나 페이크 다큐 형식은 '선댄스'라는 이름을 생각했을 때 그다지 똑똑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부 에피소드는 '오 마이 갓'의 연속이었다. 특히, 원나잇스탠드 하려다 큰 일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매우 유쾌했다. 먼저 본 권한으로 스포일러를 흘리자면, 마치 <황혼에서 새벽까지>같은 쇼킹과 흥분이 느껴졌달까.(귓가에 맴도는 "아이라이큐")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주로 다루며 '타인을 믿지 말라'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역시 호러 신성들은 가장 무섭다는 '사람'에 대한 공포를 택했다. 6개나 되는 에피소드를 엮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뛰어난 단편들은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섹시, 엽기, 코미디, B급 감성 모두 들어있기에 호러매니아들에겐 필견의 작품이다.  [★★★★]

 

 

영화제라면 관람스케줄에 인도영화 한 편은 꼭 넣어야 한다. 이동시간을 고려해야하지만 실망시키는 법이 없으니 다음 영화를 포기하거나 귀가가 늦어지면 어떠하리.

 

보통 인도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수려한 장면, 예고 없이 등장하는 가무가 그것인데 오늘 본 <한번 뿐인 내 인생>은 다소 허세스러웠다. 영화는 인도영화로 떠나는 스페인 관광과 같은데 인도 관객이라면 모를까 인도영화를 보러와서 스페인 관광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관객에게는 도저히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영화였다. 여배우도 예쁘긴 하지만 지나치게 서구적이었다. 요즘 만나는 인도영화들은 점점 할리우드의 못난 점을 좇아가는 것 같은데 제발 그들만의 미덕을 잘 키워나가길.  [★★☆]

 

 

자고로 부천이라면 크레이지 하거나 또라이짓 하는 소수만의 영화를 만나야만 하는데 <V/H/S>가 크레이지 했다면 <모테키>는 또라이짓을 했다. 이건 정말 오덕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듯. 만화가 원작으로 있을 것 같다 하고 박수 쳐가며 봤는데 역시 드라마까지 이미 나온 원작만화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내용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오덕이다. 나? 박수 쳐가며 깔깔댔다. 그나저나 저건 만화나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겠지? 끝이 살짝 희망적이라 싫었지만 대리만족욕을 꽉꽉 채워 준 주인공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영화에 많은 JPOP과 가수가 나오는데 퍼퓸, 주디앤마리, 비즈 정도 밖에 알지 못해 더 한 공감을 못 얻었다. 참, 귀요미 나카 리이사가 잠시 출연한다. 화장 전후, 술집 전후가 다른 반전 매력녀로 등장하는데, 몇 해전 부천영화제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무대인사를 한 바 있어 더욱 반가웠다.  [★★★☆]

 

 

씨네21의 추천으로 만난 <헬>은 놓쳤다면 약간은 아쉬웠을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 황폐해진 지구를 그리고 있는 영화는 <매드맥스>나 <더 로드>와 같은 작품을 연상시킨다. 두 영화보다는 제작비가 덜 들어갔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본다면 흥미로울 작품이다. 예쁘고 잘 생긴 남녀 주인공이 책임지는 부분도 있다.  [★★★]

 

 

7월 23일(월)
무리하지 말고 하루 세 편씩만 보기로 결심하는 아침이다. 둘째 날 첫 영화는 <모스 다이어리>. 캐나다-아일랜드버전 <여고괴담>이라 볼 수 있는데 김태용스러운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소녀들은 막 예쁘진 않지만 젊어서 사랑스러운 면이 있고 교복과 건축의 만남은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소녀들의 감성과 공포가 만난 순간을 우린 많이 봐왔잖아? 톱모델이기도 한 릴리콜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로 지배한다.  [★★★]

 

 

프리머스시네마 소풍에서 <아르가의 늑대인간>을 보았다. 지인의 트위터 강추를 엿본 후 원래 보던 것을 취소하고 보게 된 영화. 마침 양도 표가 나와서 냉큼 주워버렸다. 그러나 추천을 받고 본 영화라서인지, 아니면 내 코드가 그쪽과 맞지 않아서인지 빠져들지 못했다. 최근 <캐빈 인 더 우즈>도 그저 그랬고, <데드 얼라이브> 이후 나는 공포코미디물에서 선수들을 만나지 못했다. 속셈이 훤히 보이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영화 <아르가의 늑대인간>. 서두는 왜 또 그렇게 길고 지루한 건지.  [★★★]  

 

피판 레이디 박하선
   
영화가 끝난 후 시간이 많이 남아 프리머스시네마 근처를 돌아다니다 빈티지샵에서 쇼핑했다. 침대, 화장대, 책장 등 심히 끌리는 목가구들이 많았는데 그 중 마침 필요했던 큰거울을 샀다. 13만원. 마치 고급 호텔에 걸려있는 것과 같다. 무료배송.  

 

 

상영시간에 겨우 맞춰 입장해 <리비드>를 보았다.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고딕호러.  [★★★★]

 

 

7월 25일(수)
롯데시네마 부천에서 <탈레>를 보았다. 다 좋으나 재미가 없는 게 흠.  [★★☆]

 

 

부천시청으로 옮겨 본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여신 브리트 말링이 이끄는 비밀 종교모임의 묘한 기류에 빠져들게 만드나, 다 보고 나서 뭐지 싶었다. 그냥 내 부족을 탓하기로 했다.  [★★★]   
 

 

이어 부천시청에서 <모터웨이>를 보았다. 과속이 아닌 변속에 의한 모터쇼로 흥미진진한 재미를 준다. 수작 홍콩 장르영화의 모범.  [★★★★]

 

 

7월 26일(목)
잠시 외도하여 <세미의 어드벤쳐2>와 <애니멀 킹덤> 기사시사를 보고 가는 바람에 오늘의 영화제는 부천시청에서 <클립> 하나만 보는 것에 만족했다. 

 

<클립> 마야 밀로스 감독과 함께

 

세르비아산 <클립>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연출의 경향인 핸드폰영상을 활용했다. 오럴과 자위 그리고 폭력이 여과 없이 발산되는데 여성 감독이 여성의 신체를 이렇게까지 묘사하다니 경악스러웠다. 오럴 장면은 까뜨린느 브레이야 영화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 영화는 더 세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표현의 의도는 해결됐다. 그래, 갈 데 까지 가서 영화는 주제가 드러났다.

 

<클립> 이시도라 시미요노비치와 함께

 

사실 <클립>은 같은 타임에 상영하는 <데드스시>와의 사이에서 고민하다 좀 더 기대되는 여배우 쪽을 택했던 건데 GA에 참석한 여배우 이시도라 시미요노비치의 실물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다. 관객과의 대화 후 함께 사진 찍는 영광도.  [★★★☆]

 

 

7월 27일(금)
CGV 부천에서 <퍼레이드>를 보았다.

 

김조광수를 비롯 게이영화를 만드는 한국감독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영화 <퍼레이드>.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직접적이긴 하나)사회적 시위를 담고 있다. 내가 영화를 악착같이 보는 일 중 하나는 발빠르게 세상 물정을 알게 해주기 때문인데 <클립>과 <퍼레이드> 이 두 편으로 세르비아를 다 알았다고 할 수 없지만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 

 

한국만화박물관

 

이어 한국만화박물관 도착.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작은 매점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는 삼각김밥과 자몽 주스를 마셨다. 한적하고 들려오는 음악도 운치 있는 것이 잠시 행복에 젖어 들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어딘가 익숙한 노래가 있어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추측해서 알려주신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에서 흘렀던 'Porque te vas'(Jeanette).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는 제목과 스틸컷만으로 내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또 한번의 깨달음을 준 걸작. 제한상영가라서 어느 프랑스 가족이 줄창 떡만치는(?) 영화 준 알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떠한 섹스를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바람직한 성을 그린 명작이었다. 딴 소린데 막내의 여자친구가 신은 스타킹이 섹시했다. 스타킹 좋아하는 여성들은 참고해 주길.  [★★★★★]

 

 

7월 28일(토)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불가리아>를 보았다. 관심작 중 하나였으나 놓쳤는데 넷팩상을 수상한 덕분에 볼 기회가 생겼다. 영화 제작사의 고충을 음탕 유쾌하게 풀어가는 코미디로 극장 내에서 남자 관객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을 정도로 제대로 저질스러웠다. 그런 한편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묘사는 영화적으로 과장되긴 했으나 그저 웃어 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또 '톡톡캔디'의 유혹 또한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백치 요염녀로 등장하는 진정(Dada Chan)의 또 다른 영화 <조성판공실>(MicroSex Office)을 어둠의 경로에서 받아 놓았다.  [★★★☆]

 

 

이어 부천시청에서 <아이와 마코토>를 보았다. 상영관인 부천시청은 맨 앞자리가 좋아 선점했는데 내 옆에서 함께 본 외국남자 게스트는 뭐가 좋은지 오타쿠처럼 반응하며 극장이 떠나갈 듯이 시종 오버스럽게 웃어제꼈다. 나중엔 울기도.

 

<아이와 마코토> 사이토 타쿠미(GV)

 

영화는 미이케 다케시 아니랄까봐 극한까지 밀고 나가 극한을 조금 더 밀어 올린다. 특히 금기시 됐던 여자에의 폭력을 통쾌하게 보여주는 여고생과의 한 판 승부가 좋았다. 소노시온의 <러브 익스포저>에서 활약했던 껌녀(안도 사쿠라 분)의 캐릭터도 좋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우등생남(사이토 타쿠미)이 참석했는데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미모에 깜짝 놀랐다. 탁월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몸과 목소리 좋은 훈남이었다.  [★★★]

 

 

GA 다 본다고 부천시청에서 롯데시네마 부천까지 뛰어가 본 아르헨티나산 <디아블로>는 폭탄. 이로써 연속 안타는 15개에서 멈췄다.  [★] 

 

 

급 피곤해져서 버스정류장까지 갔다가, 어느새 롯데시네마 부천 7관 좌석에 앉아서 보고 있던 <그래버>. B급 괴수영화의 규칙을 잘 지키는 유쾌한 영화였다. 뒷맛이 싱겁지만 설정이 기발하다. 술에 취해야 괴물을 물리칠 수 있다니. 가뜩이나 외로운데 외진 섬에서도 피어나는 미모의 여인과의 사랑에 좌절했다. 흑흑, 내게도 기회는 또 올 거야.  [★★★]     
 

 

7월 29일(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이번 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시타델>을 보았다. 재개발지역을 배경으로 광장공포증을 앓는 주인공의 공포와 치유를 제법 똑똑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가운데 직조력 떨어지는 디테일의 부실은 극에의 몰입을 저하시킨다. 가령, 불만은 이렇다. 주인공은 충분히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었다. 활개치는 괴물들이 너무 방치되어 있다. 또 극적으로 공포의 색깔을 감추고 탈출하는 것이 의아하다. <시타델>은 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진부하게 종결짓는 아쉬움이 있다.  [★★★]

 

 

이어 롯데시네마 부천에서 <킹켈리>를 보았다. 심사위원 특별상과 여우주연상을 탔대서 특별히 본 영환데, 굉장히 유쾌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타델>의 어나이린 바나드가 '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킹 켈리>의 루이사 크라우즈는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얘는 그냥 또라이 그 자체.

 

이번 영화제를 통해 문제아들을 여럿 만났다. <클립>의 십대들은 물론이고 애 키우기 정말 힘들겠다는 공포감이 심각하게 들었다. <킹켈리>에도 한 숨 푹푹 나는 여고생이 나온다. 인터넷 포르노 스타로서 섹스와 마약, 폭력과 욕설 어느 하나 거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어느 한 편으로는 부럽다. 저러고도 잘 살고 있으니까.

 

영화는 현대영화의 한 경향인 SNS를 활용한 페이크다큐멘터리로서 그 기능을 십분활용한다. 그리고 '살아있다'.  [★★★★]  

 

  

이번 영화제 성적은 19타수 18안타, 1삼진. 만족도 1위 영화제였다. 그러나 곧 출근. 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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