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7.21 01:03

2013.7.20
비디오테이프로 <하얀 면사포>(1989)를 가지고 있다. 인형 같은 바네사 파라디(조니뎁과 이혼)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과 교사와 제자의 사랑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청계천에서 중고로 샀던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고 기대했던 장면(?)도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실망작을 만든 이는 장-끌로드 브리소. 주로 성애 모험을 떠나는 영화를 만들었다.

오늘 퇴근 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뒤늦게 합류했는데 주말이라 대부분의 영화가 매진이었고 <걸 프롬 노웨어>만이 나를 반갑다고 맞아주었다. 옛 정도 있고 해서 영화를 보았는데 또 교수와 젊은 여자 간의 사랑이야기였다. 전에는 철학교사였는데 이번엔 수학교사다. 하지만 대사는 여전히 철학교사.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주석과 같은 강변을 지겹도록 내뱉었다.    

영화는 부모 없이 갈 곳 잃은 이십대의 여자가, 아내를 잃고 죽음을 향해 사는 늙은이(이번엔 감독 본인이 직접 연기)의 집에서 동거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이야기인데 잘만 설득했더라면 프랑스판 <은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끔 연출됐다.

초반 작업은 신사적 행동으로서 잘 진행되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추해진다. 40년이 넘는 나이 차이니 현명한 작업(?)이 필요하였으나 노인은 윤회를 들먹이며 아내가 환생한 거라느니, 갑자기 유산을 물려준다느니 너무나 솔직한 작업을 건다. 대부분 저 정도로 들이대면 미친 노인네라며 뿌리치거나 거절하는 척 받아들이는 것이 상례일텐데 여자는 노인의 호감에 들만한 천사의 행동만 한다.

노인의 외로움과 절망을 안다. 노인이 지식인이라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영화는 욕망을 다루는 데 있어 궤변이 많고 상징이 서툴다. 정지우의 <은교>의 경우 있는 체 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화법으로 어려운 관계를 설득시켰다.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지지 않다 보니 내겐 '가여운 브리소 노친네. '하얀 면사포' 씌우고 싶어 아직도 저 짓이네'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된다면 제목이 '교수와 여제자3' 정도 되지 않을까? 이미 원제목과 본 편이 다른 2편은 국내에 나와있는 상태다.  [★★☆]  

  

보너스

<하얀 면사포>의 바네사 파라디 리즈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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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7.07 15:12

2013.7.6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인 나카다이 타츠야(1932년생)가 지난해 8월 내한하더니 이번엔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페르소나인 와카오 아야코(1933년생)가 방한했다. 두 일본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은 모두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의 특별전에 맞춰 찾았다.

두 배우 모두 80을 넘긴 나이로, 내가 먼저 죽거나 그들이 죽는다면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릴 수 없는 건데 영상자료원 덕분에 내 눈으로 직접 위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세이사쿠의 아내> 상영 후 진행된 와카오 아야코 관객과의 대화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 대배우와의 만남을 즐겼다. 3시간 걸려 온 사람도 있었으며 여러 영화인도 보였다. 양익준 감독은 다소 엉뚱하지만 실은 궁금했던 질문(극중 이름 오카네의 의미)으로 좌중을 웃겼으며 아야코의 두 번째(?) 영화에 스텝으로 참여했다는 한국 영화인은 소회를 나누었다. 박찬욱 감독도 왔었다는데 보지는 못했다. 진행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친구들이 권한 <세이사쿠의 아내>를 어둠의 경로로 보았으며 <만추> 여자 캐릭터를 잡는데 참고했다고 했다.    

  

마스무라 야스조 영화에서 와카오 아야코는 절대적이다. 그녀는 남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위험한 그녀는 강하지만 때로 한없이 연약해서 외롭지 않게 보호해야함을 느끼게 만든다.

스크린 밖의 아야코는 이제는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어 늙었지만 다행히 평범한 노인이 아닌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의 영화인의 모습이어서 감동했다.  

 

 

아야코 누님(갑자기 이렇게 부르고 싶어졌다)의 출연작이 250여 편이나 된다고 한다. 앞으로 그녀의 영화를 찾아보며 여성에 대해 좀 더 알게되는 계기로 삼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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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7.05 00:21

2013.7.1∼
제1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집에서 보다.

 

 

티켓 구하기도 힘들고…, 사실 예매하고 직접 극장을 찾는 일이 귀찮아져 지난해부터 올레KT 서비스를 택하고 있다. 큰 스크린으로 본다면 물론 좋겠지만 소박한 단편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같은 영화를 한 공간에서 함께 보며 공감하는 일이라든가 관객과의 대화를 보너스로 챙길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우선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을 전부 보았다. 일괄구매 4천원 중 2천원은 포인트로 결제했다. 좋은 세상.  

 

 

개인적으로 <9월이 지나면(When September Ends)>(고형동|2013|HD|23min 26sec)이 가장 좋았다. 아마추어와 날 것의 느낌이 나지만 그것을 매력으로 살린 내공이 상당한 영화다. 영화는 사랑이 어떻게 오고 스며들어 시작되는 지를 시적으로 보여준다. 가령, 남자선배가 기타를 치며 여자후배에게 들려주는 '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의 분위기(마치 <비포 선 라이즈>의 엘리베이터 장면을 연상시킨다)와 사연이 여자가 보는 영화 <러브레터>로 스며들고(남자가 사랑했던 사람은 9월에 떠났을까?) 이를 통해 관심에 불과했던 사랑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전반에 걸쳐 스며듦의 과정을 배치해 두고 관객으로 하여금 알아채고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남녀 배우의 매력도 큰 몫을 하는데 남자(조현철)는 외모 대신 매력을 입혀서 좋고 여자(임지연)는 식물 같은 외모에 약간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엉뚱한 성격을 주어 좋다.(신세경 닮았다.) 여자는 자신의 설계 의지처럼 아마도 사랑에 관해선 신중하고 오랜 가치를 아는 사람 같다. 남자도 아마 이런 생각을 가진 여자를 다시 봤고 뭔가 많이 알려주면서 같이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영화는 또 안도 다다오를  존경하는 건축학도 다운 집을 주인공의 정신과 일치시킨다. 고형동은 장편 데뷔작으로 연애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

 

 

<강철유리(The White noise>(김태영|2013|HD|15min 49sec)의 마지막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소개를 보니 아이를 버리는 것에 성공한 것이라는데 어떻게 아이를 버렸다는 거지? 무언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여주인공의 연기는 좋았다.  [★★☆]

 

<월동준비(Jane, we know)>(이윤형|2013|HD|23min 53sec)은 난개발로 사라질 동네를 기록한 정도의 성취만 있다.  [★★]     

 

<난 널 알아(I know you)>(조해동|2013|HD|35min 58sec) 십대의 동성애적 코드가 흥미롭게 읽혔다.  [★★☆]

 

<시바타와 나가오(Shibata & Nagao)>(양익준|2012|HD|19min 18sec)는 양익준이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봤을 때 실망스러웠다. 영화가 드러내고자 한 미묘함이 잡히지 않았다. 누군가는 느꼈을 지도.  [★]

 

<백 번째 오디션(100th Audition)>(김유신|2013|HD|22min 7sec) 남주인공과 그의 형으로 나온 김영민이 서로 닮아 실제 형제인 줄 알았다. 내용보다는 촬영이나 연출 면에서 관심이 더 갔던 작품.  [★★☆]

 

<동거(Housemate)>(왕혜령|2012|HD|36min 18sec)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중 좋았던 두 편 중 하나. 소재를 취하고 이야기하는 능력이 남달랐고 메시지 전달도 좋았다. 또 가족의 초상과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패밀리의 연기도 대단했다.  [★★★★]

 

<사랑의 묘약(Love Potion)>(김현규|2012|HD|8min 59sec)는 짧은 시간 안에 공포와 유머,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영화만의 재미가 있다. 염정아와 배성우의 연기가 압권.  [★★★]

 

 

<남자들(Men)>(남궁선|2013|HD|30min)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여주지만 아쉬움이 있다. 메텔과 철이, 포르노 이야기를 심은 초반부는 본 얘기를 위해 만든 설정 같은데 그 자체로는 괜찮지만 뒤와 잘 붙지 않는다. 그냥 거두절미하고 에피소드부터 시작해도 좋았을 것 같다. 또 배우들이 연기를 곧잘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하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건 연출의 문제인 듯. 그리고 섹스 동영상 유출은 심각한 문제인데 뭔가 소재로써만 쓴 느낌이다. 또 하나. 영화 설명에는 서른 살의 얘기로 나오는데 누가 봐도 20대 초반 여자 얘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

 

<소년과 양(Two Boys and a Sheep)>(이형석|2013|35mm|18min)은 본 섹션 작품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보게 됐다. 조성희의 <짐승의 끝>처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묘한 기류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

 

 

 

 

*1차적인 소감을 정리한 글. 계속해서 보완하고 다듬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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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7.01 00:04

2013.6.30
우연히 만난 영화 프리랜서와 대화 중에 2013년 개봉작 상반기 결산에서 손꼽을 만한 한국영화는 네 편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자, <연애의 온도>(노덕)를 권했다.

내겐 헤어진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좋았던 기억과 집에 남아있는 흔적 그리고 배신당했다는 피해의식에 하루 한 번은 생각이 나고 또 틈만 나면 그녀의 트위터를 훔쳐보곤 한다. 안 좋은 트윗이 올라오면 기분이 좋고 데이트를 다녀온 것 같으면 화가 나고 그런다. 

하지만 이젠 먼 추억으로 보내고 싶다. 어차피 끝난 관계이고 내게 문제가 있으니 헤어진 것이겠지 하고 생각해야 한다. 들리지도 않을텐데 더 이상 나쁜 년이라 욕하지 말고 나를 변화시킨 고마운 부분만 생각하자. 내게 이별을 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사람이 하필 그 사람인 것도 좋은 만남이라고 응원하자.
 
<연애의 온도>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얘기라고 할 것이다.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그래서 웃다가도 심각해지고 그랬다. 

그런데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동희(이민기) 캐릭터. 그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연애도, 직장도 계속해서 보장받는지 궁금하다. 그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연애/직장 초반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쉽게 화내고 말을 함부로 하며 행동이 앞선다. 담배꽁초도 함부로 버린다. 질서를 모르고 배려가 없는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여자와 직장은 저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를 가만히 두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이를 먹어 혜안이 생긴 것인가? 하긴 내 주변에서도 (내가 보기에)전혀 아닌 남자를 만나고 있는 여자를 종종 보긴 했었다. 주로 나이가 어릴수록 '나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영(김민희)은 충분히 남자 욕심 낼 위치에 있지 않은가. 아무리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다지만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는 관계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연기도 잘 하고 예쁜 김민희를 심히 아꼈는가 보다. 꼭 잘난 여자가 못난 남자를 만난다니까.

남의 연애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리 영화라지만 직장 묘사를 상당히 우습게 해놨다. 업무와 고객은 뒷전이고 사내 연애, 술자리가 일과이다. 또 근무 태만과 사내 연애, 폭력행위 등에 대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신의 직장이 아닐 수가 없다.

동희가 사실은 회장의 아들이었다는 설정도 없으니 영화는 너무 시나리오대로 찍으려고 상황을 억지로 끌고 간 무리수가 있었다고 본다.  [★★★] 

※덧붙이기
1. 동희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후배 박계장 역으로 나온 김강현을 보게 돼서 반가웠다. 단 번에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던 연극 <춘천, 거기>(2005)를 정말 좋아한다.(인터뷰를 보니 노덕 감독도 <춘천, 거기>를 떠올려 캐스팅 했나 보다.) 그가 잘 됐으면 했는데 고맙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게 될 거다. 

2.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었다. 하연수. 그녀가 김인혜였던 스무살 무렵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입시미술 관련 잡지사에 다녔던 나는 표지모델로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날 회사 디자이너가 김인혜를 추천해 주었다. 어느 동네에 가면 묘하게 생긴 예쁜 친구가 출몰하는데 애니메이션 입시 준비를 하고 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가려고 한다고 제보했다.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섭외는 하지 못했지만 실력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꾸준히 사진 작업(몇 장 다운받아 둔 것이 있다)을 하고 있는 그녀를 연예계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3. 반가운 공간도 나온다. 내가 주말이면 별장처럼 찾는 시네마테크 KOFA. 마지막에 영화 시사회 장소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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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6.23 23:52

2013.6.23
<재일기>(在一起, Together, 2013)를 보다.

요즘 중화권에서 인기 많은 견자단, 가진동, 안젤라 베이비, 진연희가 모인 <재일기>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네 남녀 두 커플의 짝짓기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먼저 이유를 밝힐 수 없는 일로 웃음을 잃은 교통경찰 견자단과 결혼을 앞두고 사고로 기억을 잃은(아, 욕하면서도 빠져드는 기억상실증!) 진연희 커플. 뮤직비디오 같은 간단한 설정과 예쁜 화면 속에 전성기의 손예진을 연상시키는 미모의 진연시(올해 스물 아홉인데 여전히 귀여운 동안이라니)와 옷 좀 잘 입혀놨더니 무술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대단한 견자단의 매력이 더해져, 엉성한 스토리를 나 스스로 엮어가며 즐거이 보게끔 만든다. 빠져든 정도가 심해 20년 차이나는 커플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환상이 뿌리를 내렸다. 

된장녀로 보이지만 생각이 바르고 심성도 고운 안젤라 베이비와 돈가스 만들기가 취미인 도청팀 경찰 가진동 커플. 역시 클리쉐가 잔뜩 묻은 러브스토리를 두 배우의 비주얼로써 메워나간다. 안젤라 베이비는 성형설이고 뭐고 작고 예쁜 얼굴과 환상적인 몸매로 자막을 읽지 못하게 만든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이미 진연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던 가진동은 특유의 귀여움을 발산하면서 남성으로서의 매력도 살짝 더한다. 이들은 요즘 중국 젊은 층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계약연애를 하는데 살짝 이야기에 빠져든 나는 나라면 일주일 계약연애를 한다면 상대를 어디에 데려가고 무슨 선물을 할까를 생각해 봤다. 나 역시 가진동처럼 손수 만든 도시락을 선물하고 싶다. 명품도 가끔은 선물하는 센스도 잊지 말아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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