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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남쪽 계단을 보라] 가장 좋아하는 소설 '가족사진첩'이 수록되어 있는 윤대녕 소설집

by 22세기소녀 201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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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9.16
윤대녕의 <남쪽 계단을 보라>(세계사, 1995)를 읽다.

 

윤대녕의 소설에는 자기가 만든 신비주의와 환상세계에서, 자아에 갈등하고 그 속에서 나를 찾고자 헤매는 주인공이 꼭 등장한다. 이는 필히 여자와 아버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책에 실린, 「신라의 푸른 길」과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은 갈구하지만 간섭하지 못할 사랑에 대한 주인공의 존재를 찾는 여행을, 「가족 사진첩」과 「새무덤」에선 부재의 아버지 기억을 통해 "애비와 자식은 가깝고도 먼(P.220)", "놓여남도 풀어짐도 없는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차마 껴안기가 안 되는(P.227)" 부자간의 묘한 유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이중 읽어도 읽어도 가슴 뿌듯 아련한 정감을 주는 「가족 사진첩」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드는 단편이다.

 

「배암에 물린 자국」과 「남쪽 계단을 보라」또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특히「남쪽 계단을 보라」는 세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단면도 평면도 양면도 아닌, 회전문의 칸처럼 생겨 그 속에 각기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을 통해 존재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 그 존재의 내부갈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는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 그리고 「지나가는 자의 초상」 역시 거대한 사막같이 황량한 도시에서 부표처럼 떠다니는 외로운 인간의 사랑이야기가 쓸쓸하게 놓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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