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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6년 전, 저화질 불법 복사본으로 봤을 때의 영화일기

by 22세기소녀 201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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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2
문화학교 서울서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를 보다.

겨울감기를 앓으며 이 일기를 쓴다(실은 한달 여가 지나서야 이 일기를 쓰고 있다). <러브레터>의 주인공도 감기를 앓고 있었는데. 시종 콜록거리며 자판을 두들기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하고 겨울의 냄새가 촉각을 자극한다. 그동안 마음으로 공감한 영화는 많았지만 이처럼 촉각기관까지 반응을 보이게끔 한 영화는 없었던 건 같다. 감기를 앓거나 날이 차면 꼭 <러브레터> 생각이 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정확히 겨냥하여 맞춘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는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이 여행을 위해선 감독이 나누고 분절시켜 놓은 각기 다른 시간성에 당황해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놓을, 동명의 이츠키가 들려주는 순정만화 같은 학창시절의 시간은 잃어버려서는 안될 순수와 벚꽃처럼 하얀 첫사랑의 감정을 고스란히 선물한다. 이츠키(여)가 보여주는 가족과의 시간도 온정을 느끼게 하는 <러브레터>의 배려다.

 

한편, 히로꼬와 이츠키(여)의 관계는 미묘한 인연의 현실화 과정을 보여준다. 편지를 매개로 이츠키와 히로꼬는 잃어버린 시간을 캐어내어 공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절되는 시간성에서 슈운지 감독은 전혀 맞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사이의 시공간을 연결하여 그로 인해 파급되는 감정선을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애인의 체취를 담는 것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게되는 전 과정이 가슴 뭉클케 전해져오는, 슈운지 감독의 마술을 지켜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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