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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고> <타이머> <만추> 휴무 영화 세 탕……웨이에 흠뻑 젖어 버렸다

by 22세기소녀 201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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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마감 후, 밀린 영화관람을 하다. 기자시사로 <랭고>와 <타이머>를, 그리고 고대했던 <만추>를 아메리카노와 함께 보았다. <랭고>는 죠니뎁이 연기하면서 더빙한 애니메이션. 초반엔 영락없는 죠니뎁 캐릭터와 스펙터클이 어우러지면서 대단한 기대와 흥을 주었지만 차츰 뻔한 주제와 메시지가 피로감을 인식케 했다. 근래 훌륭한 애니메이션들이 많았던 터라 후반부의 계곡 추격씬도 대단치 않았다.  [★★]

KFC 트위스터를 얼른 먹고 나서 본 <타이머>는 연애 충동질을 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처럼 소울메이트를 알려주는 기계장치가 있다면 과연 나는 착용하게 될까? 별로. 운명을 믿기에 내겐 무용지물일 게다. 그럼에도 영화는 달콤쌉싸름한 설정으로 연애호르몬을 분비시킨다.  [★★★]

휴무 영화 세 탕……웨이에 흠뻑 젖어 버렸다. 탕웨이가 아닌 <만추>는 어땠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현빈 덕에 개봉도 하고 적자도 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추>는 탕웨이에 빚지고 있다. 김태용 감독이 확실한 선택을 못하고 있을 때도 탕웨이는 질감을 만들어 낸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

<만추>는 대체적으로 만족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감정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공간에 대한 매혹이 적었다. <안개 속의 풍경> 만큼을 기대했는데 큰 진동은 없었다. 두 외국 배우의 댄스퍼포먼스가 느닷없이 담긴 판타지 장면도 이미 세련된 세공미를 자랑했던 우디 알렌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를 통해 감동한 터라 단점만 보였다. 훈과 애나의 운명을 마치 감옥커플처럼 우습게 만든 마지막 설정도 이건 좀 아니지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탕웨이의 모든 것, 특히 영어 대사, 혼자 중얼거리는 디테일(도대체 뭐라고 혼잣말하는 것일까?), 새 옷을 사 입고는 거울 앞에서 소녀처럼 턴하는 장면과 두 커플의 의상, 제대로 찍힌 안개 속의 키스씬이 미치도록 좋다. 이 때문에라도 나는 아이맥스관에서 <만추>를 다시 한 번 관람하고 싶다. 기왕이면 진짜 晩秋에.  [★★★☆]   

※덧붙이기
프린트가 존재하지 않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는 두 번이나 리메이크 되었다. 그 중 10년 전 가을, 김수용 감독의 <만추>(1981)를 본 적이 있다. 김혜자 님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당시 내가 사랑을 제대로 몰랐던 건지 꽤나 지루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또 한 편의 리메이크는 거장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1975). 아직 못 본 채 비디오테이프로 소장하고 있다. 결코 평범한 영화를 만드는 분이 아니시기에 살짝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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