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3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보다.
혼자 봤다. S석 경계의 A석(4만원) 구입해서 S석(6만원)에 앉아 봤다. 2만원 절약!! 수능시험 날이라 관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누가 수능 끝나 지친 자식 데리고 8시 뮤지컬 보러 군자역까지 오겠는가!) 세 자리 붙어있는 맨 앞 사이드 쪽을 예매했었다. 그래서 결국 빈자리 쪽으로 슬쩍 옮겨 앉았다. E열 1, 2번은 S석이긴 하지만 정중앙의 VIP석(10만원) 보다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무대와 높이가 맞아 관람이 편하고 VIP 뒤쪽 블록인 R석(8만원)보다는 매우 가까워 훨씬 좋다. 즉, 박지윤을 눈씻지 않고 맨눈으로 훔쳐보기가 가능한, 아름다운 쇄골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혜택 받은 자리이다. 단, 무대 오른쪽 끝은 보이지 않아 몇몇 장면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몇 초에 불과하지 않는다.
공연은 '박지윤 뮤지컬 데뷔'라는 수식치곤 좀 초라했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고 내용도 식상했다. 간간이 등장하는 해설자 격의 두 인물은 마치 아동극을 보는 듯해 듣고있기(!!! 쳐다보지 않았다) 힘들었다. 그나마 뮤지컬 훈련이 된 배우들이 출연해 귀는 즐거웠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날 소름돋게 했던 김법래는 그러나 전편의 '나의 에스메랄라'와 같은 호소력 짙은 노래를 들려주지 않아 아쉬웠다. 게다가 중간에……. (더 이상 밝힐 수 없음)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전체적으로 그냥 무난하게 가는 정도. 의례적인 커튼 콜에 대한 대답도 없이 끝났고, 관객이나 배우나 흥이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공연이 두 시간 남짓이다. 유니버설아트센터는 의자가 편치 않은 편인데 그에 대한 배려였나?
박지윤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가수로 활동하다 염증을 느꼈는지 오래도록 컴백하지 않던 그녀의 뮤지컬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외모가 받쳐주는데 노래까지 잘 한다. 워낙 색다른 음색과 창법을 가지고 있던 가수였는데 그 신비스러움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도 잘 어울렸다. 더 화려한 무대와, 욕심과 재주 있는 연출자와 만났더라면 더욱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 받았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연출은 김장섭이 했다. <오페라의 유령>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서 호연했었는데 연출에 욕심을 냈던 것이로구나)
공연 끝나고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직접 사인회도 갖고, 소박한 뒷맛도 주어 공연의 아쉬움은 살짝 달아났다. 평소 좋아하던 김선경 대신 궁금했던 박지윤 공연을 본 보람도 사은과 소탈스런 행동을 보고나서 더욱 커졌다. 27살 박지윤,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밟고 올라 정상에 서기를 기대해본다. [★★☆]
※덧붙이기
공연을 보다가 어딘가 낯익다 했는데 연극 <누가누구?>에서 봤던 안은정이었다. 그녀는 이 연극에서 176, 49의 섹시한 자태로 남성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었다. 뮤지컬에선 옥타비아 역을 맡았는데 1부 내내 말이 없어 역시 외모 캐스팅이었나보다 했는데, 2부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을 맘껏 뽐냈다. 호소력은 부족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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