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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후보작 [하모니, 파괴된 사나이, 포화속으로]를 보다

by 22세기소녀 201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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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모두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 그렇다면 혼자 놀아야지 뭐.

 

2008년에 이어 '대한민국 영화대상' 전문심사위원이 되었다. 내가 그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요청이 들어왔으니, 그리고 400명이나 되니까 나의 부족은 티 나지 않으리. 그래도 전문위원의 투표는 70%나 반영이 된다 하니 최대한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래서 못 챙겨 본 영화 보러 후보작 상영장소인 영등포 롯데시네마로 갔다.

 

<하모니>를 보면서 10년 간 울 눈물을 모조리 쏟아냈다. 나중엔 콧물도 동반됐는데 티슈를 안 챙겨가 손가락이 와이퍼 역할을 했다. 아버지 돌아가셨어도 이렇게까지 울진 않았는데, 젠장. <베사메무쵸> 이후로 신나게 울고 나왔다. 아우, 얼굴 땡겨. 교도소 간 여자들. 그들의 사연 하나 하나 안됐다. 남자 잘 만났더라면 행복했을 그들. 인생 참 불쌍타. 합창이 그들을 위로하나 그 하모니 얼마나 또 심금을 울리는지.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 나도 모르게 꺽 소리내며 울기를 여러 번. 창피해서 극장 불 켜지기 전에 빠져나와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영화는 착하고 예쁘게 세상을 그렸다. 내 탓 아닌 남 탓이 더 큰 우발적인 살인으로 그녀들은 교도소에 오게됐다고 옹호한다. 교도소에는 예쁘고 천사 같은 교도관이 존재하며 배려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현실에서 부분일 뿐이다. 죄와 교도(소)는 보다 깊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애초 영화가 눈물과 여심을 위해 제조된 것이니 잔소리는 그만. [★★★]

 

다음 영화 <파괴된 사나이>. 배우 김명민의 명연기에 소름끼친다. 팬에게 사인해주고 펜 돌려주는데도 깍듯한 예를 갖추는 사람인데 이런 연기를 보고 나면, 무섭다. 사실은 <파괴된 사나이>의 그가 레알 김명민 아니야 라고 의심하게 된다고 할까? 그러다가 착한 역할 맡으면 또 그쪽으로 옮겨가고. 난 참 단순하군. 인상적인 살인마로 기억될 엄기준의 경우도 마찬가지. 뮤지컬 배우로서 스크린 신고를 한 엄기준의 사이코 패스 범죄자 연기는 그의 실상을 의심케 했으며 내 주변에 저런 사람 있으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했다. 또 그동안 뭐하며 지냈나 궁금했는데 인간적인 역할로 복귀한 박주미도 반가웠다. [★★☆]

 

10분만에 롯데백화점 냉면을 먹고 다음 스케줄 <포화속으로>를 보았다. 의외로 탑(최승현, 빅뱅)이 주인공이었다. 학도병 소재 영화에 탑의 마스크는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권상우는 <말죽거리잔혹사>를 어슬렁거리는데 탑은 미성숙함을 잘 표현했다. 워낙 전쟁물을 좋아해서 그런대로 소재의 신선함을 즐겼는데 막판 완전 람보 스타일은 좀 과했다. [★★]

 

집에 돌아와 햇반과 즉석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적당히 쉰 열무김치가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오늘 밤도 한희정만이 나를 위로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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