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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 신념과 주견의 영화

아오이 우유 My Night At Maud's 2011. 1. 3. 09:30

2010.12.31-2011.1.1
2010년은 생에 가장 고통스런 한해였다. 그 끝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종로를 걸었다. 피맛골 생선구이 골목이 없어졌다. 오세훈은 중년과 가장들이 회포를 푸는 아름다운 아지트를 포크레인으로 묻어버렸다. 단 한 사람의 주관으로 서울이 이렇게 흉물스럽게 바뀌어가도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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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앞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소개팅이 깨진 현승이가 합류했다. <카페 느와르>가 시작되었다. 야윈 한 소녀(정인선)가 카메라를 응시한 채 커다란 햄버거를 끝내 다 먹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토가 나올 지경인데 카메라는 3분 여의 롱테이크로 집요하게 그 모습을 다 보여준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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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카페 느와르> 같은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척'하는 것 같은 온갖 실험들과 낯설게 하기. 이미 고다르를 통해 신기해했던, 유행이 지난 것들. 감독의 취향일 수 있지만 난 정성일이 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가벼운(?) 영화를 만들어 주길 바랐다.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가. <카페 느와르>에 감독은 다 쏟아 부었고, 한없이 무겁다. 역시로 남은 '정성일' 평론가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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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와 개인의 아카이브로 꽉 찬 1부보다는 2부가 좋았다. 지아장커식으로 담은 곧 사라질 공간(청계천)의 슬픈 아름다움. 정유미가 있는 흑백의 기이한 여행. 무엇보다 영화 같아서 좋았다. 특히, 정유미의 12분 짜리 연극적 대사가 담긴 장면은 아름답고 놀라웠다.(감독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것을 주문했고 정유미는 9개월 간 이 대사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한다) 정유미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빨려 들어가 내가 영화가 되었다. 정유미가 아니라면 아우라가 생기지 않을 장면. 그리고 나를 또 깜짝 놀라게 한 장면. 정유미가 춤추는 장면. 저 사람이 저럴 사람이 아닌데 정성일은 정유미를 춤추게 했다. 역시 롱테이크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허우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를 보는 듯 취했다. 정유미가 싸이더스에서 나와서 이런 영화에 출연하고 놀고 있는 게 좋다. 올해의 정유미 베스트씬 중 하나. 한편, 요조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긍정의 기운들이 있어 좋았다. 숨막히고 우울의 연속에서 요조는 숨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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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시간 18분(감독의 표현으로는 2시간 78분)을 달렸고 저녁 11시부터 시작된 관객과의 대화는 1년을 넘겨 새벽 1시 30분이 돼서야 끝'냈'다. 이미 대중교통은 차고지에서 잠자고 있을 시간.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대부분 돌아가지 않았다. 관객들이 감독과 가녀린 여배우(정인선)를 생각해 암묵적 동의 하에 GV를 종결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런 미친 짓이 좋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한 2010년 12월 31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훗날, 그 남자 거기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있었다 라는 사람과 만나, 밤새도록 또 영화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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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는 신념과 주견이 있는 영화다. 감독의 설명을 통해 이해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진심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다시 보게 된다면 더 좋고 더 아플 것 같다. 한 번 읽은 적 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백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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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도 쓰인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는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잠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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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느와르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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