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영화] 과연 계몽영화

2011.1.23
일요일 새벽 4시. 윤빛가람 덕분에 기분 좋은 잠을 잘 수 있었다. 6시간 뒤 자명종이 울렸다. 시네마테크 KOFA로 향했다.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늦으면 안 됐는데, 참치김밥까지 먹을 수 있었다.  

<계몽영화>를 보았다. '시네마테크 KOFA가 주목한 2010년 한국영화 11' 중 한편이다. 지난해 놓쳤던 영화. 굉장한 영화였다.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 3대에 걸쳐 한국 근현대사까지 이야기하고 있다.(제작비도 얼마 못 쓴 독립영화인 주제에!) 제대로 맥락을 짚어주고 있으므로 영화 과외 한 번 받아보기를. 하지만 90년대에 태어난 관객들, 이해 안 되는 부분 있는가 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같은 건 국사시간에 배웠을 것이고 전두환, 김영삼 할아버지는 부모님에게 여쭈어 봐라. 그리고 요건 내가 알려주겠다. 영화에서 옆집 아주머니 눈치를 보며, 과외선생님을 친척 시늉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과외금지가 있던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계몽영화>는 마치 <박하사탕>처럼 저들이 왜 저런 꼴이 됐는지 과거와 현재,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보여준다. 씁쓸하지만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 나만의 안녕을 위했고,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치사했다.   

하지만 <계몽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이나마 계몽되었다. 괴물은 되지 말자. 그런 다짐을 해본다. 

뒤늦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소녀×소녀> 따위의 장편데뷔작을 내놓은 박동훈 감독이 이런 꽉 찬 영화도 만들다니. 아마도 <계몽영화>가 정말 박동훈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    

※덧붙이기
1. 아버지(학송)의 양복주머니에서 나온 가위로 오려둔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신문기사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그를 동정하게 만들었다.

2. 우리나라에 참 좋은 연기자들 많구나 새삼 느낀다. 박혁권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배우들. 그 중에서도 나의 안구줌인은 오우정. 성량도 좋고 뭔가 정확한 느낌이다. 게다가 예쁘잖아. 인터넷에 올라온 그녀 출연작 중 7편이나 본 영화인데 그녀, 기억에 없다. 역시 좋은 작품이 좋은 배우를 만들어 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