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대학로 CGV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보다.
영화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빨간 버스를 개조해 살던 때처럼 뭔가 낭만적이고 전원적인 삶을 생각했는데 무기력하고 생존을 위한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욕구를 셀프방식으로 완성해 냈다. 그러니까 혼자서 배우가 되고, 연출을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 쓰라고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고, 상황이 어떻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있는 것 같다. 김기덕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 같지만) 정말 획기적인 발상법으로 풀어내면서 영화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리랑>은 다큐와 픽션을 넘나들며 자기를 치유하는가 하면 한국영화계를 비판하고 있다. 간혹 치기어리다, 약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한편으로 연민이 가고 응원을 하고 싶은 건 한국영화계를 향한 쓴소리가 틀린 말은 아니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비단 김기덕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가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 <아리랑>은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격려를 계기로 다시 일어나 김기덕 감독만의 독특하고 도전적인 영화를 만나길 기대한다. [★★★★]
※덧붙이기
1. <비몽> 촬영 중 이나영이 (감독의 구조가 아니었다면)죽을 뻔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등골이 오싹했다.
2. 김기덕 감독이 총을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만드는 사람이란 건 충격이었다. 영화에는 이 외에도 참 ‘김기덕스러운 것’(?)들이 많이 나온다.
3.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에는 <아멘>이라는 김기덕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역시, 빠르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