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1
주변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폭풍의 언덕>을 보다.
가까운 상영관은 서울극장 뿐이라 달려갔는데 50석 규모(12관)였다. 조조이긴 했어도 관객 10여명 안팎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생각했다.
가뜩이나 스크린도 코딱지 만한데 영화는 4:3비율로 상영되었다. 혹시라도 영사기사의 실수인가 의심을 갖고 관람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서, 인물에 집중하겠다는 감독의 의도였음을 알게되었고 화면 작고 뭐고 영화에 깊이 푹 빠져들었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의문스럽지 않았다. 영화는 보이는대로 또 들리는 것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른 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편의 명작 <폭풍의 언덕>은 그렇게 내 마음 속에서 일렁거렸다.
영화는 대자연속에서 피고 지는 폭풍 같은 사랑을 그린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안개가 끼고, 땅이 질척거리는 것처럼 사랑도 가만있지 않는다.
영화는 황량한 아름다움이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다녀왔다는 영화 속 배경이 된 곳을 나도 담고 싶다. 그 곳에 서면 그들의 마음을 조금 더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과는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
※덧붙이기
엔딩이 오를 때 실내를 환하게 밝히기에 영사기사를 향해 좀 꺼달라고 했더니 손짓으로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잠시 후 영사기사 아저씨가 극장 안으로 들어오고 나는 엔딩타이틀도 영화의 일부이니 영화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아저씨는 스크린 쪽 불만 소등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요동치는 여운을 좀더 가져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