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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그들 각자의 영화관 리뷰] 3분에 농축된 거장들의 영화관(館, 觀)

by 22세기소녀 2008.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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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테오 앙겔로풀로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빌 어거스트, 제인 캠피온, 유세프 샤힌, 첸 카이거, 마이클 치미노, 에단 코엔, 조엘 코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마뇰 드 올리베이라, 레몽드 디파동, 아톰 에고이얀, 아모스 기타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허우샤오시엔, 아키 카우리스마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기타노 다케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클로드 를르슈, 켄 로치, 난니 모레티, 로만 폴란스키, 라울 루이즈, 월터 살레스, 엘리아 슐레이만, 차이밍량, 구스 반 산트, 라스 폰 트리에, 빔 벤더스, 왕가위, 장예모.

들꽃 이름, 나무 이름만 열거해도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감독 이름만 열거했는데도 이 또한 멋진 시가 된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앞서 열거된 이름은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뜻을 함께 한 거장들 리스트이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칸 영화제 60주년 기념작.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5명이 영화제 측의 부탁을 수락해 3분씩 그들 각자의 영화관(觀)을 들려주는 옴니버스영화로,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칸 영화제의 권위를 읽을 수 있기도 하다. (국내 개봉관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상영하고 싶지 않다고 전한 코엔 형제와 마이클 치미노 편이 제외된 31편의 영화관을 만날 수 있다.)

기타노 다케시는 전원적 시골의 한 삼거리 소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농부 1인 관객이 <키즈 리턴>을 보는데 자꾸 영사사고가 난다. 날이 저물어서야 영화는 끝이 난다. 기타노 다케시가 영사기사로 직접 출연한 이 단편은 천재 다케시에게서 기대하는 코미디가 서비스되면서 필름 끊겨 상영이 중단되었던 영화관람 경험을 가졌을 나이 든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또 영화는 편하게 찾아 볼 수 있는 꿈의 영화관을 등장시켜 낭만에 젖게 한다.

허우 샤오시엔은 <쓰리 타임즈>와 같은 내공으로 시와 같은 영화 한편을 선사한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영화관 앞 풍경과 3분 러닝타임 안에 숨겨져 있는 반전 요소는 넋을 놓게 한다. <안녕, 용문객잔>을 통해 영화관의 추억을 유령처럼 추억했던 차이밍량의 단편도 마찬가지. 이강생과 역시 함께한 영화엔 영화관에 대한 축축한 향수로 가득 차 있다.

다르덴 형제와 아톰 에고이안은 선배 영화와 소통한다. 다르덴은 역시 카메라들 들고서 소매치기 청소년을 구원한다.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를 어떻게 관계지어 놓았는지를 보는 것도 한 발견이자 재미.

장예모와 첸 카이거는 마치 CF를 보는 듯한 영상에 영화 원리로써의 그림자극, 영사방식 등을 읽게 하는 원초적 체험을 하게 한다. 두 영화에선 각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현 위의 인생>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포개져 있다.

이 외에도 각 감독들은 스크린 뒤, 영사기 뒤로 데려 가기도 하고 영화관 예절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 한편,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감흥을 주는 전 세계의 극장 풍경을 볼 수 있는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내 기억 속의 천막극장, 원당 아카데미극장, 도원극장, 이수극장…. 또 관객 각자에게는 어떠한 영화관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영화를 보며 영화관을 나서며 추억에 잠길 것이다.  [★★★★]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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