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5.15 16:22

 

2004.2.29 [1, 2회]
옥생사건. 하하하. 오늘도 <반올림#>을 봤다. 어제 5회를 보고 오늘 1, 2회를 봤다. 1회의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옥생사건'은 그러니까 옥림이만 생리를 안 하는 것에 대해 급우들이 휴대폰 문자로 소문내는 사건이다. 여성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이자 특권인 생리. 옥림이는 생리를 통해 한 층 성숙한다.

 

본 회에서 인상깊은 건 아빠가 첫생리를 한 딸을 위해 외식을 마련하는 장면이다. 가족 모두가 축하의 말을 전하고 옥림이는 부끄러워한다. 여기에 상상씬으로 "생리 축하합니다∼"라는 생일축하송을 개사한 생리축하송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판타지가 아닌 실제 장면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든다. 아직 보수적인 한국 사회 현실 그대로를 반영했던 것 같은데 머지 않아 당당하게 생리 축하파티를 여는 한국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옥림이는 참말로 귀엽다. 어서 저런 딸 낳아서 극에서처럼 같이 연극도 보러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2004.2.28 [5회]
간만에 일찍 귀가해 그간 밀린 영화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팔뚝이 콕콕 쑤셔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다운받아 놓은 TV 드라마 중 <반올림#>을 보았다.


<사춘기> 이후 이렇게 재미난 성장드라마는 처음이다. 중학생 옥림이(고아라)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는 가정과 학교생활은 내가 한동안 막연히 짐작으로만 알았던 현 십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생각과는 다른 그네들의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어 한참을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학창시절이 그립게 떠오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중학교였는데 이 드마라를 보니 많이 그리워진다. 앞으로 <반올림#>을 챙겨보면서 순수를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2005.3.5 [62, 63회(마지막회)]
토요일. 오늘은 휴무다. 아침부터 "나를 봐주세요" 라고 외쳐대는 영상파일들이 많았다. 그 중 나는 가장 큰 목소리의 옥림이를 택했다. 시청한 62회, 63회는 <반올림>의 마지막 두 회였다. 이사 가는 옥림이가 사귀던 이성, 친구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언제나 그렇지만 재미와 감동이 같이 있어 즐겁게 봤다.

 

난 <반올림>이 좋다. 내가 청소년일 때는 <사춘기>를 열혈 시청했는데 <반올림>이 조금은 더 바람직하고 건강한 프로 같다. 물론 두 청소년드라마는 그 시대에 어울리고 유익하다. <반올림>은 나를 순수했던 시절로 데려간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내가 좀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데 도움을 준다. <반올림>은 영화 <제니, 주노>처럼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내서 환상을 만들기보다 꾸밈없이 현실의 청소년 시절을 그림으로써 건강한 청소년상을 제시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어른도 보는 이 드라마를 많은 청소년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반올림>은 반응이 좋아 옥림이가 고등학생이 된 <반올림2>가 3월 6일 첫 방영된다. 그동안 정들었던 장욱, 윤정 등과 헤어지는 게 아쉽지만 <반올림> 마지막회에서 옥림 아빠(강석우)가 얘기했듯, 내가 좀 더 순수했던 시절에 만난 애들이니까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거고 오래도록 아는 사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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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3.17 12:49

2013.3.17
편파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받을까? 일본 네티즌들이 작은 실수를 트집 잡지는 않을까? 모든 우려가 기우였다. 김연아는 오늘 '2013 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 2위와 20점 이상 벌어진 유일 200점대 최고점으로 우승하며 "실력만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몸소 보여주었다. 눈물이 어찌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연아로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까지 김연아 만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피겨의 세계를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나도 눈이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점수 획득용 연기를 펼치는 데 반해 오직 김연아만이 음악과 피겨가 합일된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김연아에 앞선 캐나다 선수의 기계적인 몸동작을 먼저 봐서일까, 김연아의 세계는 차원이 달랐다. 마침, 대회 피날레를 장식한 그녀의 연기를 보며 세계의 많은 피겨 팬들이 진정한 피겨를 느꼈을 것 같다.

지나친 해석일 수 있지만 '레미제라블' 속 그녀는 시름에 있는 온 국민의 피곤을 잠시나마 덜어주었다. 강심장 김연아. 지켜보는 사람조차 이가 덜덜 떨리고 심장마비사 할 것 같은데 그녀는 모든 심적 부담을 안고서도 깨끗함을 넘어선 아름다운 피겨를 펼쳐 보였다.

 

그까짓 게 뭐 대단하다고 말할 사람 있지만, 이런 데서 큰 행복이 오는 사람이 있다. 오늘 하루 왠지 신이 날 것 같다. 

※덧붙이기
우승하지 못했다면 배아팠을 캐나다 합창단의 한국말 '애국가' 합창. 아니, 누가 우승할 줄 알고 저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나. 우승 예상 국가별로 준비된 팀이 있었던 건가? 아니면 립싱크? 하하. 어찌되었건 고맙고 대회 이미지마저도 좋게 만든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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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2.04.29 21:02

2012.4.29
나는 방송사 시상식을 일체 보지 않는다. 시상에 대한 신뢰가 전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방송사 시상식의 수상자는 작가와 PD가 정하는 걸로 알고있다.(지인이 방송국 작가 출신) 파워 있는 연예인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상을 주지 않을 경우 시상식 불참을 통보한다. 자사 방송국의 앞날을 위해 PD들은 어쩔 수 없이 공동수상이나 희한한 상을 만들어 그들의 비위를 맞춘다. 만약 불참을 통보하는 연예인이 만만한 경우 그들을 후보에서조차 빼고 대신 시청률을 높여줄 다른 인기 연예인을 후보로서 초대한다. 당연히 문자투표, 온라인투표 다 형식에 불과하다.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한 하나의 쇼이자 꼼수이다.

오늘 <K팝 스타> 파이널을 보며 SBS 관계자들이 치밀하지 못했구나 생각했다. 이하이와 박지민 심사위원 점수를 동점으로 만든 것까지는 좋은 작전이었다. 시청자들이 뽑은 결과로 해야 뒷말도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승자가 박지민이었다. 박지민은 심사위원이 사랑하는 참가자이고, 이하이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참가자라는 사실을 다 아는 데 박지민이 보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걸로 만들어 놓았다. 심사위원 점수에서 좀 격차를 놓았다면 박지민 우승에 그렇게까지 힘이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대중의 사랑이 이하이보다는 늘 덜 했던 박지민이 문자투표에서 막판에 이긴 것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아 뭔가 석연치 않고 뒤가 개운치 않다. 그래 박지민이 문자투표에서 선전해서 이하이와 비슷한 콜 수를 받았다고 치자. 다 똑같아진 상황. 그럼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4% 앞섰다는 이하이가 우승해야 맞는 계산 아닌가.    

 

의심대로 문자투표, 온라인투표 모두 고려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청자 투표는 애초부터 자신들의 입맛대로 악용했다. 시청률을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를 붙이고 누구는 떨어뜨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K팝 스타> 우승자는 SBS의 필요에 의해 이미 결정을 해두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박지민은 우승자의 실력을 갖췄다. 다만, 너무 뻔히 드러나 보이는 SBS의 꼼수가 짜증이 난다. 그리고 나는 결정적으로 이하이 팬이다. 오로지 이하이라야 음반을 사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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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9.19 01:40

2011.9.18
<무한도전> 「스피드」편 2탄을 보다 깜놀. 도서관 폐가실 책 속에 키를 숨겨두는 설정이 내가 대학교 때 써서 상을 받기도 했던, 희곡 <추억의 지속>(원제 프루스트 No.6 Key)과 꼭 닮아서이다. 덕분에 무척 흥미롭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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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05.08 19:04

2011.4.23
그와 그녀, 봄소풍 가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나와는 달리 그녀는 이미 옛 신촌기차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풋풋하게. 예쁜 분홍 원피스를 입었고(내가 꽃무늬원피스에 꽂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이번 소풍 때 보여주려고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새로 염색한 머리에는 며칠 전 가로수길 데이트 때 내가 선물로 골라 준 검정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처음 해봤다는 마스카라와 선홍색 매니큐어, 섹시한 하이힐과 민트색 스타킹도 예뻤다.      

시샘 봄비로 인해 하루 연기해 떠난 그녀와의 첫 소풍지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좀 촌스러운 이름을 가졌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했기에 특별했다.

우린 스피커로 클래식이 흐르는 잔디밭 위에 서로의 안목으로 고른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는 예쁜 아이가 아장아장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프랑스 가족이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봄의 정취에 취하고 있는데 그녀가 잠시 눈을 감고 있어달라고 했다. '샌드위치를 준비했나보군. 감사히 맛있게 먹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예쁜 주먹밥이 메인이란다. 언제 준비했지? 장도 같이 봤었는데…. 나름 그녀의 시나리오는 괜찮았다. 명화 속에나 나올 법한 식사를 하게 되다니, 감동이었다. 하나 하나 정성과 취향으로 고른 그릇과 예쁜 과일, 나를 위한 김치 센스도 그녀를 사랑스럽게 보게 만들었다.      

엑시무스와 폴라로이드카메라, 올림푸스펜과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사랑을 추억으로 저장했다. 늘 꿈꾸던 연인 소풍. 그녀 덕분에 현실이 되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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