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8.11 10:31

 

2013.8.10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김진희, 이봄, 2013년)을 읽다.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하 <결혼 여자 그림>)은 일종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유의 책이다. 기존에 나온 책과 다른 점이라면 테마와 독자층을 확실히 잡고 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식상하고 일방적인 명화 설명 대신 결혼과 여성의 범주 안에서 고른 그림 설명과 그 안에 스미게 한 작가의 사생활로 하여금 독자에게 친근함을 더한다.  

 

사실 기존에 나와있는 유사 책들은 가볍게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이 책은 최소한의 미술 정보와 인생을 엮어 내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다. 특히 작가 본인의 결혼과 육아 등에 관한 고민과 성찰, 지혜는 큰 공감과 함께 삶의 지침이 될 만하다.

 

<결혼 여자 그림>은 또 고전명화 일색인 기존 책들과는 달리 현대의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저작권자를 찾고 저작권을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노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의도된 것인지 수록된 그림 중에 극사실주의(Hyperrealism) 풍의 그림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도 극사실주의 그림이 현실감을 더해 주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많이 선택되어진 것 같다.

 

 

책 중간 중간에 사랑과 여성에 관한 영화며 책도 종종 언급되는데 거론된 것들이 적절하고 비유도 참 좋다.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서 함께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사실 얕보고 이 책을 봤다가 저자의 문화영역 전반에의 관심과 식견에 놀랐다. 또 그 지식을 자랑으로 늘어놓지 않고 공감되게 쉽게 풀어내는 데서 글 쓰기 능력을 보았다. 글 쓰기 재주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작가의 사적인 얘기를 들려주는 부분의 글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아무 페이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읽어도, 아무 때나 읽어도 좋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사실 나는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았다가 책장에 방치해 둔 채였다. 그러다 누이랑 차를 마시다가 누이의 입에서 먼저 이 책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구해달라기에 기꺼이 주었다. 선물로 주기 전 잠깐 읽은 이 책을 나는 아마도 다시 사서 마저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여자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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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6.25 22:18

 

1996.9.16
윤대녕의 <남쪽 계단을 보라>(세계사, 1995)를 읽다.

 

윤대녕의 소설에는 자기가 만든 신비주의와 환상세계에서, 자아에 갈등하고 그 속에서 나를 찾고자 헤매는 주인공이 꼭 등장한다. 이는 필히 여자와 아버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책에 실린, 「신라의 푸른 길」과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은 갈구하지만 간섭하지 못할 사랑에 대한 주인공의 존재를 찾는 여행을, 「가족 사진첩」과 「새무덤」에선 부재의 아버지 기억을 통해 "애비와 자식은 가깝고도 먼(P.220)", "놓여남도 풀어짐도 없는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차마 껴안기가 안 되는(P.227)" 부자간의 묘한 유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이중 읽어도 읽어도 가슴 뿌듯 아련한 정감을 주는 「가족 사진첩」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드는 단편이다.

 

「배암에 물린 자국」과 「남쪽 계단을 보라」또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특히「남쪽 계단을 보라」는 세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단면도 평면도 양면도 아닌, 회전문의 칸처럼 생겨 그 속에 각기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을 통해 존재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 그 존재의 내부갈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는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 그리고 「지나가는 자의 초상」 역시 거대한 사막같이 황량한 도시에서 부표처럼 떠다니는 외로운 인간의 사랑이야기가 쓸쓸하게 놓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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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3.03.22 18:30

2013.1.11
<디자인 유랑 인 유럽>(윤호준, 도서출판 조경, 2012)을 읽다.

이 책은 부제로도 달려있지만 조경ㆍ건축ㆍ도시 답사기 서적이다. 전문서적은 아니고 틈새 여행서로 보인다. 보통의 여행서는 같은 내용에 디자인과 사진의 퀄리티만 다를 뿐이지만 이 책은 남들이 가지 않은 곳과 남들이 찍지 않은 사진이 담겨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저 사람은 왜 저런 사진을 찍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전문서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게도 조경·건축에 대한 집요함이 떨어지고 '비록'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였을 정도로 '유랑'에 더 포커스가 기울었다. 또, 여행서로서도 손색이 있는데 사진이 촌스럽고 디자인이랄 것이 들어있지 않다.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다 보니 소개된 도시 어디에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정성이 없어 보이는 면이 있긴 하지만 남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두고 가면 색다른 감흥을 느낄 것도 같긴 하다. 단, 책이 2만 9천 원이라는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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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오이 유우 멀더군 2011.12.12 23:37

2011.12.11
신현림 사진집 <사·과·밭·사·진·관>(2011, 초판 1쇄, 눈빛출판사)을 보다.

나는 이 사진집 산 것을 후회한다. 몇몇 사진은 좋지만 몇 십장의 사진은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피사체(사과)에 대한 컨셉과 상상력이 심심했다. 사진집임에도 시원한 맛 없는 작은 사이즈의 컷으로 페이지를 구성한 것도 불만이다.    

다행히 종로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본인에게 필요 없는 책을 사준다는 정보를 입수해, 깊은 근심을 덜었다.

"몇몇 이미지에 이끌려 구매한 책"

신현림이라는 보증과 몇몇 이미지에 이끌려 바로 구매한 책이지만 받아보자마자 후회한 이 책을 팔기 전에 한 번 더 보았으나, 역시 내내 눈에 거슬렸던 책장에서 시원하게 빼내기로 한다. 다행히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쥐어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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