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녀오다

by 22세기소녀 2010. 5. 12.
728x90
반응형

2010.4.30∼5.2
2박 3일간,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제 첫날(4.30)
밤 10시 30분 전주 도착. '영화의 거리'에 숙소를 잡기 위해 택시를 탔다. 마침 <중경삼림>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흘러나왔다. 지난해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전주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모텔 하루 숙박비로 5만원을 요구했다. 너무 비싸다고 하자, 창 없는 방이 있는데 4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더 이상 발품 팔아봤자 특수기의 바가지 요금일 것이 뻔해 누추하나마 첫 번째 모텔에 짐을 풀었다. 생각보다 깨끗했지만 텔레비전이 소리만 알아들을 수 있었고 반가웠던 냉장고의 주스는 이미 유통기한이 4개월이 지난 거였으며, 샴푸는 마치 콧물 덩어리 같았다.(이미 머리에 바른 후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지만 술로 시작해 술로 영화제를 끝내기 위해 미리 조사해 놓은 중앙시장의 진미집으로 향했다. 진미집은 김밥을 돼지양념불고기와 함께 쌈 싸먹기로 유명한 곳으로 부부가 나란히 앉아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 도착했을 때 운 좋게도 자리 하나가 비었다.

소주 안주로 제격일 양념고기를 김밥과 함께 쌈 싸먹고 특산물 복분자, 맥주 등을 곁들여 영화제의 첫날을 수놓았다. 그런 후,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지난 영화제 때 발견했던 달다방을 찾았다. 거기서 나는 '이터널 선샤인'을 주문했다. 비닐팩에 담겨 나오는 칵테일이었는데 맛이 좋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이 다방처럼 비록 소박하고 작지만 주인의 취향이 먼저인 나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캔맥주와 함께 모텔로 컴백, 영화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제 둘째 날(5.1)
늦잠이 어디 있어. 나는 한 편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아이디카드 발급을 받으러 프레스센터로 향했다. 그러나 아이디카드 발급 받으면 뭐하나. 올해도 역시 표가 없었다. 전주국제영화제 표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일반 관객은 물론 기자들 또한 일찍 일어나 줄 서지 않는 한 원하는 영화 보기가 힘들다. 상영관을 보다 확보하던가 아이디발급 자격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기자시사나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영화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일반 비공개 상영 행사)을 통해 영화 허기를 해결했다.

첫 영화는 전주가 의뢰한 세 감독의 디지털 창작품을 묶은 <디지털 삼인삼색 2010>. 시작부터 대단했다. 제임스 베닝의 <선철>은 30분 동안 카메라는 고정한 채 제철소와 운반 기차만을 보여준다. 강철 제조 과정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감독은 밥 먹으로 갔는지, 영화는 타르코프스키 영화도 아니면서 관객들에게 지나친 인내를 요구한다. 딴 생각해가며 첫 번째 옴니버스 조각 감상을 끝냈다. 두 번째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드니 코테의 <에너미 라인스>는 싱거운 농담의 연속으로, 디지털 낭비다. 늦잠이나 잘 걸, 시간이 아까웠다. 마지막 <로잘린>(마티아스 피녜이로)은 그나마 뚜렷한 내러티브가 있었지만 역시 시답잖은 소동극이었다. 시작부터 체력소모가 컸다.  [신철 ☆ / 에너미 라인스 ☆ / 로잘린 ★]

출소하듯 영화관을 나와 예약해둔 전주관광호텔에 짐을 풀고서, 삼백집에서 콩나물국밥으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런 후, 두 번째 영화를 보았다. <벡실>을 연출했던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TO>. 흥미로운 스페이스 오페라였다. 그러나 <아바타>가 나온 마당에 부자연스러운 인체의 움직임과 스크린을 가득 채우지 못하는 소품 애니메이션은 노력은 고상하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갈증이 느껴져 지난 영화제 때 발견한 새참국수집에서 열무국수로 속을 풀었다. 그런 다음 값이 싸서 매 영화제 때마다 틈틈이 사먹게 되는 바나나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의 행복을 구경하고, 이곳저곳을 거닐며 추억 몇 가지를 더 만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 번째 영화는 <사와코 결심하다!>(이시이 유야) 였다. 포스터에서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미츠시마 히카리(<러브 익스포저>)가 출연했다. 난감한 일본 코미디영화였는데 그나마 귀여운 히카리 양 연기력 덕분에 상황이 덜 어색하고 웃음도 주었다.  [★★☆]   

저녁은 값싸고 맛 좋은 돼지박사에서 고기와 술로 즐겼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는 <사와코 결심하다!>에서 미츠시마 히카리가 줄곧 즐기던 아사히 맥주랑 여러 주류 및 안주를 장만해 가 영화제의 피로를 풀었다. 좋은 영화를 만날 때도 행복하지만 영화제의 또 다른 행복은 음주에서도 찾아진다. 결국, 맥주 몇 캔을 더 사 가지고 와 들이킨 후 깊은 잠에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제 셋째 날(5.2)
올해는 건진 영화 없이 영화제를 뜨겠구나 싶었는데 마지막 영화 <포비아2>가 나를 구원했다. 아시아 공포영화 최강국 태국의 신예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인 <포비아2>는 다양한 소재로 재주를 십분 발휘해 골라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5편 모두 짜임새, 설득력, 완성도를 갖췄으며 충분히 무서웠고 더러는 웃기기도 하였다.

시작을 연 <수련승>은 다섯 편 중 가장 공포 표현이 좋았고 가장 무서웠다. 특히 뱀과 도마뱀을 활용한 공포, 돌에 맞는 것을 음향효과로 극대화한 표현, 그리고 나무형상의 아귀 표현이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더불어 인과응보에 대한 절실한 교훈을 깨달았다. <병실>의 결말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나름 서늘하게 하는 공포감이 있었다. <구조>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처연한 슬픔이 느껴졌다. 신체 훼손도 마음에 들었고. <배낭 여행자>는 일본-태국 합작 영화로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풍자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 유쾌했다. 또 <황혼에서 새벽까지> 유의 급전환으로 공포영화 감상의 즐거움도 주었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을 줄 알았던 일본 소녀 배우 아키코 오제키, 귀엽더군. 후후훗. 마지막 <디 엔드>는 다섯 편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공포와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탁월하게 구사하는 능청스러운 매력을 갖고 있다.  
 
다섯 에피소드는 모두 연결의 끈을 갖고 있다. <수련승>의 휴대폰은 <병실>로 이어지고 <구조>의 사고차량은 앞의 두 편과 관계를 갖는다. <배낭여행자>에서 좀비 소년이 무는 사람은 <수련승>의 스님이다. 마지막 <디 엔드>의 의사는 <병실>에서 이야기를 뒤엎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영화를 정말 맛있게 먹은 후 영화제의 마지막 식사를 회냉면과 떡갈비로 장식했다. 아, 매일 매일의 일상이 유쾌한 영화, 회냉면, 떡갈비와 같았으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