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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바람] 디테일의 힘

by 22세기소녀 201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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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시네마테크 KOFA에서 <회오리바람>(Eighteen)을 보다. 올해 KOFA 방문 중 가장 관객이 많았다. 감독도 깜짝 놀랐으리라. 올 2월 말 개봉 땐 외면당했다던데, 다행인 일이다. 그런데 메모하는 학생도 보이고 20대 초반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수업과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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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고등학교 때 일이 생각났다. 같은 반 전교1등 하던 여자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무단으로 한달 간 결석을 했다. 지방 어딘가에서 애인과 살림을 차려 살다가 왔다는 얘길 들었는데, 결국 그 애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진학을 했다. <회오리바람>의 십대 주인공들도 부모 몰래 여행하고 돌아왔다가 크게 혼나고 생이별한다. 학교에 뜻이 없는 남자는 검정고시를 보고자하고 좀 사는 여자는 어떻게 해서든 대학을 가기 위해 체대입시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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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한 번쯤 심장이 타 들어가는 첫사랑을 했었고 부모가 연애를 무조건 반대한 적 있었으며 헤어지자는 말에 곧 죽을 것처럼 괴로운 적 있었다. <회오리바람>은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십대 시절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슴 절절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힘은 디테일에 있다. 스토리가 대부분 감독의 자전적 경험의 반영이라던데 그래서인지 매우 자연스럽고, 소소한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감독 나이가 나와 비슷한데 그 이유 때문이었나?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감독은 문화학교서울에서 살다시피 했다는데 내게도 당시 문화학교서울은 유일의 소통 창구였기에 개인적으로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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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연기가 참 좋았던 거 같다. 디렉팅의 힘도 있었겠지만 젊은 신인배우들의 여백과 연극으로 다져진 관록의 중년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이 아닌 실제인 듯 느껴지게 만든다. 실제 연인인 듯 사랑하고 다투는 장면들이 실감났고 네 번 연기에 첫 번째 것에 오케이가 났다는 키스장면 또한 외국영화인 듯 짜릿하게 담겼다. 그밖에 집안과 학교, 입시 풍경 모두 피부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미정 아버지의 추궁 장면이 최고인데, 서스펜스가 장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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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창녀가 되는 거라며 지나치게 간섭하며 연애를 뜯어말리는 서스펜스 장면을 보며 한국 부모의 자식사랑은 정신병적 수위란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아들의 자위까지 대신 해주는 영화도 있으니, 분명 심각한 문제인 건 맞는 거 같다. 한국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란 정말 힘들다. 십대 때는 부모의 반대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서는 여자는 여전한 간섭, 남자는 군 징집 때문에, 결혼해서는 또 다시 부모들 간섭 때문에. 간섭받는 연애를 한 때문인지 한국 남자, 여자들 행복한 결혼생활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혼을 많이 하는 것인가?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도 90분간 진행되고 분위기 좋았다. 나는 질문 대신 촬영만 열심히 했는데 200미리 렌즈 장착 카메라를 챙겨가 오랜만에 훈남훈녀 촬영의 즐거움을 맛봤다. 그런데 플래시 배터리 충천이 안 돼 있어 내장 플래시를 사용했는데 적목 현상이 나타나 흑백모드로 촬영했다. 다행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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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1. 태훈 역의 서준영은 KBS2 <반올림3>에서 중국집 배달부 역할을 한 바 있다. 음식 랩 포장 디테일은 감독의 고등학교 경험이 반영된 것(감독 왈, 면허소지 고액 알바생였다고)으로 그 때문에 배우 서준영은 혹독한 포장 연습을 해야 했다고 한다. 잘 생긴 서준영은 영화 <파수꾼>이 개봉대기 중이며 7월 중 KBS2 드라마 <구미호의 복수>를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세종대 무용과 출신인 이민지(미정 역)는 단편영화를 통해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도 좋고 외모도 있는데, 한국에 얼마나 잘난 여배우들이 많으면 이런 좋은 배우를 가만히 두는지. 독립영화계의 여신 양은용처럼 꾸준히 좋은 작품 만나다보면 꿈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2. <회오리바람>은 이창동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각각 <초록물고기>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받은 상과 같은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였다. 용호상은 패기 있는 연출을 한 신인 감독들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3. 영화의 제목 <회오리바람>은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에서 잔느 모로가 불렀던 '인생의 소용돌이(Le tourbillon de la vie)'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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