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16
어느 덧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5회 째. 그동안 내 나이도 15년이 흘렀다. 가는 길 멀고 늘 장맛비 내리는 영화제이지만 내게로 오지 않은 미지의 영화들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기쁨을 위한 수고는 올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로봇>(2010)은 인도영화답게 상영시간이 177분에 이르는 야심 대작. 인도를 대표하는 아이쉬와라야 라이가 주연을 맡고 <해운대> 제작비 3배가 넘는 거대 자본(약 440억)을 들였다. 에로를 뺀 액션, 멜로, SF, 호러 등 모든 장르 혼합과 선배영화 패러디를 통해 재미를 선사하며, <트랜스포머> <매트릭스>와 맞장뜨려는 막판 기세는 B급 감성을 자극시켜 컬트적 마력에 빠지게 만든다. 또 인간과 로봇의 공생에 관한 문제적 접근을 통해 스토리에 대한 고민을 빠뜨리지 않는 인도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
<로봇>은 로봇이 사랑의 감정을 갖게되고 자신을 버린 창조주를 복수한다는 스토리로, 기대되는 인간 적응 에피소드와 인도영화 특유의 가무(歌舞)가 있는 때깔 나는 뮤직비디오 삽입으로 재미를 더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서인지 이번 영상은 화려한 의상과 세트는 물론이고 관광지(모래 호수) 투어가 더해져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황홀했다.
한편, 한국 나이 39세, 불혹을 바라보는 아이쉬와라야 라이는 이십대 초반의 외모로 관객을 홀린다. 전통 가무부터 2ne1을 연상시키는 댄스와 랩까지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그녀를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옆에 앉은 두 여성관객이 도중 스마트폰 검색까지 해가며 미친 듯이 흥분할 때에도 절대 믿지 않았다. 반면, 1인 2역(닥터 바시가란과 로봇 치티)을 무리있게 소화해 낸 라즈니칸뜨는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해도, 징그럽다. 연인 관계로 나오는 아이쉬와라야와 실제 24살 차이가 나는 이 49년생은, 환갑도 지나셨는데 참 대단하시다 라는 표현 외에는 뭐라 할 말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