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10명 내외가 관객의 전부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5관에서 <마이웨이>를 보다. 평일 조조이긴 했지만 그래도 300억 짜리 영화고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방학중인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참 적은 관객이었다. 다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가?
전쟁영화를 좋아하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두 번 봤으며, 무엇보다 관객 수에 따라 우대 이율이 높아지는 '시네마정기예금(마이웨이)'에 가입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마이웨이>는 당연히 봐야하는 영화였다. 또, 지난 해,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는 <웨이 백>과 <인간의 조건>(코바야시 마사키, 총 러닝타임 9시간 34분)이라는 대작을 감명 깊게 본 터라 기대는 더욱 컸다.
결론부터 말해 <마이웨이>는 졸기까지 했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보다는 재미난 영화였다. 두 영화 모두 장소를 옮겨가는 합당한 이유를 알 수 없음이 불만이었는데 <마이웨이>는 그래도 후반으로 갈수록 공간에 대한 질감이 살아나고 인물과 행동에 이유가 보였다. 특히, 후반 소련으로 넘어간 후부터 이야기가 잡혀가고 공들인 전투씬으로 인해 시각적 볼거리도 상당했다. 또, 한국영화가 한국을 벗어나 그럴듯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점도 신선했다.
그러나, 입맛 까다로워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함이 분명 있었다. 새로움을 찾는 관객들에게 안전하게 만들어진 전쟁영화는 식상했을 것이다. 신선함이 있어야 할 곳에는 한 발 앞서 감동을 강요하는 과한 음악 같은 것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래도 <마이웨이>는 이대로 주저앉히기엔 안타까운 영화다.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강제규 감독은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노르망디의 조선인" 2부작, 2005년 12월 11일 방영분을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가 아닌 허구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이쯤에서 마케팅 포인트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한국 관객은 실화를 극화한 센 영화(<실미도> <화려한 휴가> <도가니>…)에 환장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
※덧붙이기
1. <고지전>을 만든 장훈이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2. 무대인사도 열심이던데, 금방 퇴장해버리는 판빙빙 부분이 쓸 데 없다. 통 편집하려다 여러 얽힌 문제 때문에 그나마 살려둔 것인가? 그녀의 영화적 팬으로써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돌팔매질 당했을 오다기리 죠의 신념 있는 출연. 초반엔 <비몽>처럼 불편하다가 뒤로 갈수록 좋은 배우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한편, 니콜(카라)의 등장. 잠시 한 눈 판 사이 놓칠 수도 있는 잠깐 출연이지만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