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30
김혜자(1941년 10월 25일)보다 딱 4개월 먼저 태어나신 엄마와 함께 일산CGV에서 <마더>를 보다.
<마더>는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하였기에 2.35:1 와이드 화면비로 상영된다.(<살인의 추억>과 <괴물>도 그렇고 대부분의 영화가 1.85:1) 그만큼 더 담겨있고 볼 것도 더 많다. 시원하고 깊은 맛을 주며 클래식한 느낌도 살아 있다. 다행히 시네마스코프를 제대로 구현하는 일산CGV의 가장 큰 극장에서 <마더>를 볼 수 있었다. 평소 넓게 담기는 엑시무스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사진의 위아래 자르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와이드로 선사하는 영화는 오프닝부터 압도적이었다.
천재감독들은 시작부터 뭔가 다르다. 박찬욱도 <박쥐>를 공들였지만 <마더>의 오프닝은 회화적이고 또 시적이다. 묘하게도 타르코프스키의 <거울>과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의 들판과 바람이 느껴지면서 울컥거렸다. 이 기분은 커다란 스크린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꾹꾹 눌러 담았다. <밀양>이 그렇듯이 이것은 연출력이 없는 감독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아까운 글처럼 <마더>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맛있다. 특히 클림트의 황금 빛 유혹보다, 이와이 순지의 핸드헬드보다 더 아름다운 일몰 역광씬은 영화사의 결정적 장면으로 오래 회자될만큼 마음을 흔든다.
김혜자는 오랜 연기 인생이지만 어째 영화를 많이 찍지는 않았다. 몇 편 되지 않은 출연작도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진 않았다. <만추>로 마닐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상을 받았지만 캐릭터에의 깊은 몰입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마요네즈> 또한 드라마와의 구별점은 보이지 않는 영화였다. 그러나 <마더>에서 김혜자는 존재감이 절대적이며 그녀 연기 인생에서 기념비가 될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원빈은 어떤가. 잘 생겼는데 연기까지 잘 하니까 덩달아 신이 난다. 캐릭터를 잘 만들어준 봉준호에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원빈의 사슴 같은 눈이 없었다면 또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
※덧붙이기
김혜자 아니면 누가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니 윤여정이 있다. 목소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연기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분이니까. 마침 검색하다가 80년대 윤여정이 출연했던 박철수 감독의 영화 <어미>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영화는 사창가에 납치된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 복수극을 벌이는 스릴러영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