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23
얼마 전 멀쩡한 컴퓨터 모니터를 버렸다. 뒤가 툭 튀어나온 구형이지만 찍은 사진을 솔직하게 보여주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요즘 거의 다가 사용하는 평면모니터에서 같은 사진을 보면 기준이 달라졌다. 그래서 대세를 따르기로 해서 구입한 것이 23인치 LG 모니터.
그 놈으로 <편지>(Tegami)를 봤다. 와이드 스크린에 색감 좋고 극장에서 영화보는 기분…은 아니지만 지금 가난한 인생이 누릴 수 있는 최대 만족을 줬다. 자막 글자체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신명조로 해놓고 보았다. 편지라면 왠지 신명조체가 또 분위기 좀 나지 않을까 해서.
거두절미. <편지>는 '살인자의 가족도 살인자'라고 말하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 문근영을 떠올렸다. 한때, 아니 지금도 문근영은 외할아버지가 비전향장기수여서 또 고향이 광주여서 '빨갱이 핏줄', '광주좌빨'이라는 정말 유치하고 정신병적이기까지한 비방을 듣고 있다. 편견은 이렇게 무섭다. 하지만 우리들은 떠 어떤가.
<편지>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 이웃의, 직장 동료의, 애인의 가족 하나가 살인자라면 당신은 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 당신의 가족의 하나가 살인자라면 당신은 이웃과 직장과 애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도 나의 딸을 사랑하는 남자의 형이 살인자라면 교제를 허락하지 않을 것도 같다. 꺼림칙하니까. 하지만 그 꺼림칙함을 걷어낼 수 있어야 하겠지. 좀 더 열린 사람이 되어야지. 그래야 나의 아름다운 아이들이 벽을 만들지 않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겠지. [★★★]
※덧붙이기
사와지리 에리카 같은 귀족 미인이 공장에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렵고 이런 여자를 거부하는 남자 주인공도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