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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식

미조구치 겐지 특별 회고전(필름포럼, 롯데시네마 아르떼 부평)

by 22세기소녀 200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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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oguchi Kenji

                                         r e t r o s p e c t i v e

 


2009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

필름포럼, 롯데시네마 아르떼 부평 기획전

미조구치 겐지 특별전

기간: 2009년 11월 6일 ~ 11월 26일

장소: 필름 포럼, 롯데시네마 아르떼 부평

 

 

1. 기획전 기획의도

“미조구치는 가장 위대한 일본 영화 감독이다. 아니, 간단히 말해서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 장 뤽 고다르

1950년대 초반 구로자와 아키라와 함께 세계 영화계에 일본 영화의 존재를 알렸던 미조구치 겐지는 오늘날 일본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 세계 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감독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조구치라는 이름에 우리는 우선 잔혹한 세상과 대면한 여성 캐릭터부터 떠올리게 된다. 1923년에 감독으로 데뷔한 미조구치는 신파 멜로드라마를 비롯해 형사 영화, 전쟁 영화, 코미디, 공포 영화 등 이런저런 장르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영화들이 그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박해받는 여성이란 관심사는 그의 영화인생을 관통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지속된 테마였다.

형식적인 면에서 전형적인 미조구치적 세계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롱 테이크, 그리고 거리를 유지하고서 축조되는 정밀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의 영화의 이런 특징들은 오랜 기간의 단련과 실험을 거치면서 도달한 지점이었다. 1920년대에 그는 표현주의적 기법을 차용했는가 하면, 급격한 편집, 잦은 디졸브, 독특한 플래시백의 이용 등과 같은 테크닉들을 대담하게 실험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대략 1930년대 중반부터 미조구치는 현재 우리가 ‘미조구치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는 대단히 유미적인 스타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항상 파멸의 위기에 처한 여인들의 험난한 인생역정을 놀랄 만큼 세련된 스타일로 그려낸 그의 영화 세계로 인해 미조구치는 “영화계의 셰익스피어”란 소리를 들기도 했던 것이다. 미조구치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 회고전은 국내에 그의 작품 세계가 제대로 이해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기획전 프로그램 소개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Tales of Ugetsu

1953|b&w|97min

원작: 우에다 아키나리 上田秋成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다나카 기누요 田中絹代, 모리 마사유키 森雅之, 교 마치코 京マチ子

★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이탈리아 비평가 상

★ 1953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3위

도공 겐주로는 전란의 혼란을 틈타 큰돈을 벌 생각을 한다. 한편 그의 매제 도베이는 사무라이로서 출세하는 것이 꿈인 사내다. 겐주로의 처 미야기는 돈은 못 벌더라도 가족 간의 단란함이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겐주로는 만들어놓은 도기를 팔러 도회로 나가 상당기간 소식이 끊어진다. 그는 시장에서 어느 귀부인으로부터 물건을 배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하고 만다.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뛰어난 영상미. 인간의 어리석음의 근원을 파고드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 미조구치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일 뿐 아니라 후대의 영화 작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친 영화이다.

 

게이샤 祇園囃子 A Geisha

1953|b&w|85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고구레 미치요 木暮實千代, 와카오 아야코 若尾文子

★ 1953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9위

문인들이 많이 드나들기로도 유명한 전통의 화류가인 교토의 기온 거리. 이 거리에서 오랫동안 게이샤로 일해 왔던 미요하루의 집에 어느 날 어린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코.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무희(마이코)가 되기를 원해 미요하루에게 찾아온 것이다. 무희로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어떤 고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에이코의 열성에 감탄한 미요하루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요염한 중년 게이샤를 연기하는 베테랑 고구레 미치요와 젊은 무희를 연기하는 신인 와카오 아야코가 연기하는 영화 속 인물과 겹치면서 영화에 깊이를 더해준다. 여성 영화의 감독으로서의 미조구치 본령이 제대로 발휘된 주옥과 같은 영화이다.

 

치카마츠 이야기 近松物語 The Crucified Lovers

1954|b&w|102min

원작: 치카마츠 몬자에몬 近松門左衛門

각본: 요다 요시타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음악: 하야사카 후미오 早板文雄

출연: 하세가와 가즈오 長谷川一夫, 가가와 교코 香川京子

★ 1954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5위

모헤이는 부유한 표구상 집안에서 달력 제작 전문으로 일한다. 주인집 마님 오상이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녀에게 돈을 마련해주려다가 오히려 오해를 당해 오상과 불륜의 관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주인의 분노를 알게 된 두 사람은 가출해서 비와호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려고 한다. 하지만 같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는 진정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도피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미조구치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연애 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처형당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맹세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는 눈물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없다는 시대의 제약을 넘어서는, 궁극의 연애 영화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양귀비 楊貴妃 Princess Yang Kwe Fei

1955|color|98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스기야마 고헤이 杉山公平

음악: 하야사카 후미오 早板文雄

출연: 교 마치코 京マチ子, 모리 마사유키 森雅之

당나라의 현종황제는 깊게 사랑하던 처 무혜비를 잃고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측근들은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여인을 열심히 찾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던 안록산은 어느 날 양씨 집안의 부엌에서 양옥환이란 아가씨를 발견하고 그녀를 황제에게 추천한다. 현종은 전의 황후와 많이 닮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미조구치 최초의 컬러 영화로 호화로운 궁정을 무대로 한 역사물이다. 현종이 양귀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국 당제국을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미조구치는 남녀 간의 슬픈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정감 넘치는 대작이다.
 

적선지대 赤線地帶 Street of Shame

1956|b&W|86min

각본: 나루사와 마사히게 成澤昌茂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교 마치코 京マチ子, 와카오 아야코 若尾文子 , 고구레 미치요 木暮實千代

남자들이 하룻밤의 쾌락을 찾아서 출입하는 환락가.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이 세계는 실은 하루하루의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작부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살롱 ‘꿈의 고향’에는 이재에 밝은 야스미, 가출 소녀 출신의 미키, 실업자인 남편을 먹여 살리는 하나에 등 여러 여인네들이 남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마침 ‘매춘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이 거리에도 여러 가지 파문이 일어난다. 자신들의 생계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그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작부들의 모습을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그려낸 미조구치 여성 영화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그의 유작이 되었다.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 실제로 ‘매춘금지법’이 일본에서 제출되어 1956년 5월에 가결되었다. 그 시사성 때문에 개봉 당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오유사마 お遊さま Miss Oyu

1951|b&w|95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출연: 다나카 기누요, 오토와 노부코, 호리 유지

오시즈라는 아가씨와 맞선을 보게 된 젊은 골동품상 신노스케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언니인 오유에게 더욱 끌리게 된다. 미망인이자 한 아이의 모친인 오유는 그런 신노스케의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시즈에게 결혼을 권한다. 오시즈는 신노스케가 자신보다 언니에게 더 끌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해주기로 결심하고 결혼을 받아들인다.

다니자키 주니치로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세 남녀의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는 걸작이다. 미조구치의 다이에이에서의 첫 작품으로 촬영 감독 미야가와 가즈오와 처음으로 콤비를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산쇼 다유 山椒大夫 Sansho the Bailiff

1954|b&w|124

각본: 요다 요시다카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출연: 다나카 기누요, 가가와 교코

★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 1954년 키네마준포 베스트텐 9위

여행 중 인신매매범의 손에 걸려 모친가 헤어지게 된 주시오와 안주의 오누이는 호족 산쇼다유에게 팔리게 된다. 노예나 다름없게 된 이 두 사람은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모친과의 재회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로부터 십년 후 여전히 산쇼다유의 수용소에 갇혀있는 이들은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젊은 여인이 부르는 노래에 자신들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부모 자식 간의 애정 그리고 인신매매 등의 인권 문제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이슈로서의 사회성을 인간 조건의 비극성에까지 끌고 간 걸작이다.

 

소문의 여자 噂の女 Woman of Rumour

1954|b&w|84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출연: 다나카 기누요, 구가 요시코

중년 여성 하츠코는 혼자 힘으로 교토에서 유곽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딸 유키코는 도쿄에서 음악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최근 실연을 당하자 자살을 시도했다가 집에 돌아오게 된다. 하츠코는 자신이 맘에 두고 있던 연하의 의사 마토바에게 딸을 진찰해달라고 부탁한다. 상심해있던 유키코는 점차 마토바와 친해지게 된다.

유곽을 운영하는 구식의 어머니와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딸 사이의 갈등이라는 구도에 그 두 사람이 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드라마틱한 설정이 덧붙여지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끝까지 지속시킨다. 미조구치 영화 중 지명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의외로 완성도가 높다.

 

*특별 강연회: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세계(가제)

강사: 일본영화연구가 유양근

일정: 11월21일(예정)

장소: 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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