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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결혼영화 리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VS 나의 그리스식 웨딩

by 22세기소녀 200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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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5
대한극장에서 기자시사회로 두 편의 결혼 영화를 보다.

바야흐로 처녀 가슴 환장케 하는 봄이니, 결혼 소식이 많다. 3월 16일엔 대학 동창만 4커플이 결혼식을 한다고 알려왔다. 나는 이 중 한 친구에게 갈 것이고, 부러워하든 역시 혼자가 좋겠다고 생각하든, 뭔가 작은 갈등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나는 단 한 번도 결혼식장에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건 아마도 결혼식이란 게 너무나 일사천리이고 형식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브리트니 머피가 나오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이하 <결혼했어요>) 결혼 또한 일사천리다. 그들이 결혼하기까지 커다란 장애는 없고(부잣집 딸과 가난한 청년임에도) 진정 축복하는 이들도 없다. 신혼 여행 가서도 새로움을 즐기는 모습은 적다. 서로 다른 개체들이 합친 것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 으레 신비로움을 기대하는 미혼들에게 있어 영화 속 장면들은 환상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니까 영화는 내 문제가 아닌 그저 즐길만한 남의 얘기다.  


내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가슴 설레어 했던 장면은 눈 덮인 산맥과 언덕의 고성들이, 나의 쪽 찢어진 눈을 부릅뜨게 만든 북부 이탈리아의 경관과 베니스의 풍경이다. 저런 이탈리아는 죽어도 가보지 못할 것 같고(영화에 감사할 뿐이지), 베니스 정도라면 예술 작품들을 구경하며 혼자서 돌아다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동반인이 브리트니 머피 같은 돈 많고 예쁜 푼수이자 예술품을 사랑하는 아가씨라면 더더욱 좋겠고. (으흐, 속물)

한편 <결혼했어요>와는 달리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혼기가 임박한 나이이며, 외모도 그리 출중하지 않고, 미국 사회 속 그리스인이다. 때문에 결혼은 절실한 문제이며 문화적인 충돌은 극복해야할 난산이다. <결혼했어요>는 이 같은 문제를 중요시 다루지 않고 넘어갔지만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극복과정을 보여주며, 서로 다른 개체가 어떻게 만나서 동반으로 이어가며, 동반에서 영원으로 갈 준비를 하는지 재미나게 풀어간다. 특히 영화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재미있는데 그는 "모든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민족주체성이 넘치는 보수적인 이다. 그는 우리네 소시민을 닮았는데 그 때문에 남 얘기같지가 않다.  


끝에 가서 아버지는 "제 사위의 성, 밀러의 어원은 사과라는 뜻의 그리스말입니다. 우리 가문의 성인 포르토칼로스는 오렌지라는 뜻의 포토칼리에서 나왔지요. 그러니까 이 자리엔 사과와 오렌지들이 모여있는 겁니다. 사과와 오렌지는 다르지만 모두 다 과일이죠"라는 멋진 축사를 날린다. 이 말 되는 갖다 맞추기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미덕이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환경의 두 사람을 보기 좋게 결혼시켰으니 말이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  / 나의 그리스식 웨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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