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영도다리>를 보다. 매진될까봐 예매했었는데 관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GV에서의 질문도 한 개가 전부였다. 나라도 손 드는 건데 용기가 나질 않았다. 멀리 부산서 일부러 올라온 감독님 많이 섭섭하진 않으셨는지.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 됐으려나?
<영도다리>는 줄거리에 살짝 동해 택했던 영화. 상영 직전, 박하선이 주연임을 알았다. 주목하고 있던 배우로 <아파트>에서 고소영 보다 낙관이 또렷한 연기를 펼쳤고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하명중 감독) <바보>에 출연해 믿을만한 신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더 주문할 것이 많은 배우로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이후 그녀에게 프로포즈하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그저 바라 보다가> 그리고 지금 열연 중인 <멈출 수 없어>와 같은 성인연기자로 거듭난 TV드라마에서도 그녀는 그저 예쁘장하게 생겼다, 연기는 안정됐다 정도의 인상만 남기고 있는 것 같다.
교복만 입지 않았을 뿐이지 여전히 십대 연기에 머무르고 있는 <영도다리>(2009, 전수일 감독)에서는 그래도 그녀의 끼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엿볼 수 있었다. 저예산 영화와 미혼모 역할, 추레한 의상과 맨 얼굴에서 그녀는 진정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였다.
<영도다리>는 입양을 다룬 영화. 기존의 입양영화가 대부분 해외로 입양 보내졌던 아이가 성장해 한국에서 부모를 찾는 구조였다면 <영도다리>는 역으로, 입양 보내진 아이를 어미가 찾으러 간다. 단순한 역발상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신선하고 각성케 하는 힘이 있으며 보다 울림이 있다.
박하선은 여기서 십대 미혼모 역할을 맡아 많은 대사보다는 존재 자체로 극을 이끌어 가는 저력을 보여준다. 간혹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가능성을 동반하고 있다. 차기작은 <주문진>. 그런데 감독이 하명중이다. 조금 마음에 걸린다. [★★★]
※덧붙이기
1.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 자체도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전쟁 피난처이자 기다림의 장소이기도 했던 영도다리는 곧 철거예정으로 감독은 영화에 남겨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한다. 참고로 영도다리는 <친구>와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도 볼 수 있다.
2. Daum 영화코너에 소개된 줄거리는 실제 상영본하고는 다른 내용이 많다.
'영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트니 머피가 죽다니! 그녀에게 반했던 [돈 세이 워드 (Don't Say a Word)] 리뷰 (0) | 2009.12.21 |
---|---|
[결혼영화 리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VS 나의 그리스식 웨딩 (0) | 2009.12.21 |
[단편영화 리뷰] 롤러코스터를 타다, 야한여자, 여심 (0) | 2009.12.13 |
<우리 그만 헤어져> 리뷰 (0) | 2009.12.10 |
[시선 1318 리뷰] 김태용의 <달리는 차은>은 군계일학. 정말 잘 만들어서 눈물나게 좋다 (0) | 2009.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