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28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시사회 장소인 현대백화점 무역점에서 나는, 미쳤구나, 생각했다. 배고픔, 피곤함, 불편한 의자, 미흡한 상영시설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일어설까'를 갈등했다.
그 친구들 모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방과 후 아가씨로 변신하거나, 몇 명을 따먹었다고 자랑하던 중고교 급우들. 인생 새옹지마라 아직까지도 잘 나가는 친구들 있을 것이나 몇몇은 <친구>의 준석과 진숙 커플처럼, 무너져내린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라이딩 위드 보이즈>도 바로 이런 우리 학창시절에 낯설지 않게 보고듣던 청춘들의 질곡의 인생유전을 보여준다. 주인공 베브(드류베리 모어)는 15세의 나이로 임신을 하고, 중퇴하고, 결혼을 한다. 이후 그는 주부로서 체험삶의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열망하던 문학도 대학도, 그저 바람으로만 쥐게 된다. 남편은 마약중독이고 한 몸이던 친구는 떠나버리고…. 그러나 영화는 끝에 작가로서 성공한 베브를 보여주고 가족의 온정도 마련한다.
베벌리 도노프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실화가 주는 현실적 색채와 패니마샬의 손길로 인해, 많은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인생은 늘 행복한 나날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라이딩 위드 보이즈>를 보며 살아온 길, 살아갈 길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일이겠다. 눈물나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
*덧붙이기
세 배우에 대하여
1. 드류 배리모어: 망가진 몸매로 딸, 어머니, 아내로서의 현실감 넘치는 호연을 보인다. 방황했던 지난 십대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듯 싶다. 아들의 뻗친 머리를 침을 발라 죽여주는 모습은 압권이다.
2. 브리트니 머피: 밀린 일기를 쓰는 지금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돈 세이 워드>를 보았을 때, 낯익었고 이 미소녀가 누군지 몹시 궁금했었다. 77년 생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많이 좋아해 줄 것이다.
3. 스티브 잔: 무능하고 마약을 끊지 못하지만 누가 이 착하고 가족애 풍요로운 남자를 욕하랴. 그가 이끄는 후반 장면은 눈시울 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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