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8살. 2NE1 콘서트에 다녀왔다. 두 차례에 걸친 PC방 예매전쟁부터 오늘 관람에 이르기까지, 난 미쳐(CRAZY) 있었다.
2NE1의 첫 콘서트 ‘NOLZA’는 마약에 취해 클럽의 한 복판에 선 느낌을 주었다. 언젠가 시부야의 한 클럽에서 맛봤던 전율이 이번 콘서트에서 다시 수천 볼트 이상으로 증폭되어 내 온 몸에 위험하게 흘렀다. 투애니원을 설명하는 강렬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화려한 레이저쇼 그리고 깜찍한 백 스테이지 영상은 몽환과 현실을 넘나들게 했다.
그러나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첫째, 상업적인 개입이 지나쳤다. 협찬사의 콘서트장 밖 광고는 귀엽게 봐줄 수 있었지만 주체가 확실히 있는 콘서트 맥락 속에서 광고(Nikon)가 전면에 나선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둘째, 카메라 반입 금지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료로 물품을 강제 보관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애초 불법 콘텐츠 방지가 목적이었다면 고화질 촬영기능쯤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휴대폰도 금지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규제에 일관성이 없다. 결국, 한 푼이라도 더 긁어모으려는 제작사의 속셈으로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셋째, 콘서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뭔가 특별한 무대가 부족했다. 이번 콘서트는 전체적으로 자신들의 노래 위주로 구성하는 단조로움이 있었다. 콘서트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준비가 부족했다. 멤버 각자의 개인 무대가 그나마 특별함이었는데 이 스테이지도 CL과 민지는 자신만의 개성과 특기를 준비하였으나 봄과 산다라는 그냥 노래했다. 넷째, 콘서트치고는 공연시간이 좀 짧았다. 두 곡 정도를 제외한 투애니원의 발표곡 전부를 들을 수 있던 건 좋았지만 뭔가 서프라이즈도 없으면서 두 시간도 못 채운 공연은 본전 생각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긴 해도 이번 콘서트를 통해 CL을 다시 보게 된 점은 큰 수확이자 보람이었다. 그녀는 정말 내가 투애니원에서 기대하는 ‘잘 노는’ 소녀였다. 퇴폐미(?)를 발산한 그녀의 무대는 노래, 패션, 표정, 멘트 그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프로페셔널, 완벽 그 자체여서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물론 나는 봄의 팬이다. 그녀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고집하는 미니스커트, 귀여운 댄스(?)는 영원한 중독성이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 그녀는 섹시 웨딩드레스까지 선보여 호흡곤란케 했다. 오 마이 갓!
내 나이 38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육체와 정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실력파 그룹, 투애니원에 감사하다. 덕분에, 잘 놀다왔다. 다음 콘에서는 더 잘 놀 테니, 그대들도 더 크레이지하게 놀아주길. [★★★☆]
※덧붙이기
앵콜 요청에 멤버들은 오랜 암전 후 깜짝 팬서비스를 준비했다. 가까이서 본 네 멤버들. 요즘 아이들 표현대로 곧 소멸될 거 같은 얼굴에 깜찍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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