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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전

by 22세기소녀 200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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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13
모딜리아니를 좋아한다. 대학교 때 짝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 애는 가끔씩 도서관에서 화집을 보곤 했었다.
 
모딜리아니라는 어감이 좋았고 사연이 있는 듯한 제각각의 인물화가 마음을 끌었다. 이런 관심은 현재 내가 취미로 하고 있는 인물사진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나는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무표정의 얼굴 사진이 좋다. 뭔가, 사연이 담겨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방 한 벽에는 모딜리아니의 <검은 넥타이를 맨 여인의 초상> 액자가 걸려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예전에 구입했던 것으로 어떤 아저씨가 들고 나온 소량의 잡화 중에서 발견해, 3천 원인가 주고 산 것이다. 집에 와서 걸레로 잘 닦아내 걸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그림액자는 버려진 물건을 아저씨가 돈이 될까 하고 주워와 본 것이리라. 어찌되었건 난 거리에서 그 그림이 유독 눈에 띄었었다.   
 
이러한 사연을 갖고있는 모딜리아니展을 보기 위해, 전시 마감 며칠을 남겨두고서야, 고양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집과 가까운 데서 해서 더 일찍 가야했던 건데 어째 아슬아슬하게 그림을 보게됐다. 
 
모딜리아니 그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신 잔느의 그림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둘의 러브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춰 기획된 전시여서 단순 감상의 차원을 넘어 흥미로움을 주었다.
 
모딜리아니는 역시 대가였다. 설명이 필요 없이 그것은 그림을 직접 보면 느껴진다. 잔느는 소녀시절부터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다크한 분위기였는데 웃고 있는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 전시에선 사진과 편지 같은 사적인 유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어떤 광기의 예술가적 분위기랄까? 잔느는 그림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그것은 모딜리아니의 그림과 섞어놓아도 단번에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둘의 여러 관계를 알 수 있었는데 특히, 슬픈 말로를 갖고 있어 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나도 14년 차이나는 여자는 아니더라도 정신적 연애를 하며 내 사진 취미에 평생 모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람미술관 내부의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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