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휴일> 관람 뒤, 집에 갈까, 100분을 더 기다려 다음 상영작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까지 보고 갈까 고민하다, 기다렸다. 마침 시네마테크 KOFA 2관에서는 청주대 영화전공 졸업영상제를 했는데 늦은 점심을 먹는 쪽을 택했다. 점심은 제육 도시락을 먹었다.
1985년 제9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이제하의 동명 단편을 영화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하 <나그네>)는 1995년 8월 4일, 비디오테이프로 이미 본적이 있다. 좋다는 영화는 무조건 섭취하던 때였는데 졸면서 억지로 관람을 끝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내용은 물론 전혀 기억에 없었다. 완전 새로운 관람이 되었다.
다시 본 <나그네>는 진지한 주제의식, 갖가지 실험적 표현들이 무르익어 있어 예전과는 달리 관람하는 데 지루한 면이 적었다. 나도 이젠 뭔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읽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여행이 마구 하고 싶어졌다. 눈 내리는 강원도 여인숙에서 쉬어 가는 여행. 지금도 영화와 같은 여인숙이 존재할는지 모르겠으나 있다면 달콤한 고독을 느끼며, 미래의 아이들에게 들킬 일기를 쓰고 싶다.
그동안 불법파일로 영화 허기를 메우고 있다가, 대형스크린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개운하다. 살림을 위해 돈을 아껴야 하니 앞으론 시네마테크 KOFA를 더 자주 애용해야겠다. 다음 전셋집은 KOFA 근처로 가 볼까나? [★★★☆]
※덧붙이기
1. <나그네>는 포스터만 보면 무슨 일본호러영화 같기도 하다. 간호사 캡과 이보희의 묘한 분위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데, 이보희는 당시 이장호라는 작가를 잘 만난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의미 없이 벗는 쪽으로 많이 소비되었을 것이다.
2. 유퉁, 박용수, 권용운 등 반가운 얼굴들의 젊은 시절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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