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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신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또다시 즐겁고 뭉클했던 3시간

by 22세기소녀 201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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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6
<시네마천국>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원당아카데미에서, 좋아하던 여배우 양리칭의 신작 <지존홍분>을 보러갔다가 동시상영작으로 만났다. 당시 무비쇼크로 한 달 정도 앓았던 것 같다. 영화에 미쳐있던 나는 이 영화를 계기로 더 뜨거워졌다.  


그로부터 4년 뒤, 대학교 도서관에서 모딜리아니 그림집을 보는 나의 엘레나(지세*)를 훔쳐보던 나는 50여분이 늘어난 감독판 <신시네마천국>을 혼자서 집에서 보고 또 한 달을 앓았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살바토레와 엘레나의 이별 자초지종과 재회가 담긴 <신시네마천국>은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누구는 일반판이 더 나았다고 하지만 내겐 모두가 각별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청년 살바토레에서 어른 살바토레가 된 나는 여전히 엘레나를 꿈꾸고 있고 영화감독을 해볼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KOFA에서 필름으로 <신시네마천국>을 다시 만났다. 그 어느 영화보다 많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기억을 너무 믿었다. 새로운 장면, 새롭게 이해되는 부분들로 인해 3시간 관람이 또다시 즐겁고 뭉클했다. 


예전만큼 총 맞은 듯이 아프진 않았지만 눈물이 났고 또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영화에 미쳤다고 혼나는 토토에서 다시 울었고, 심장을 까맣게 태운 사람과 가정을 꾸리지 못한 살바토레와 엘레나의 사랑이 여전히 안타까웠다.

그러고보면 나는 이루지 못한 사랑, 특히 남의 사람이 되어있는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영자의 전성시대>도 <말죽거리 잔혹사>도 딴 남자, 그리고 친구의 아내가 되어버린다.

영화를 보는 중에, 엘레나와 살바토레는 이후 다시 만나 또다시 태울까? 하는 불륜드라마적인 상상을 잠시 했었다. 엘레나의 딸이 살바토레와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깐……;;; 그런데 감독은 실제로 엘레나와 살바토레가 로마에서 재결합하는 또 다른 버전을 준비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재결합 버전은 보다 먼 훗날 내가 죽기 전에 발견되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극장 입구에서 울고있는 회사 여직원을 만났다. 내 추천으로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러왔던 건데 아직도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졌는지 눈물이 계속 넘실대고 있었다. 우는 모습을 보니 좋은 추천이 된 것 같아 돌아가는 길이 괜찮았다.  [★★★★★]

※덧붙이기
1. 알프레도역을 맡은 필립 느와레는 이후 <일 포스티노>에서 다시 한 번 나를 아프게 했고 2006년 돌아가셔 또 다시 나를 울렸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후 <스타메이커>와 <말레나>로 또 다시 나를 사춘기 소년으로 만들었다. 

2. 검열됐던 키스씬 모음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한 때 나도 영향을 받아 비디오테크 두 대를 연결해서 좋아하는 장면이나 키스씬을 편집해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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