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13
오늘도 서울아트시네마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에 출석하다.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는 2005년 겨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처음 보았다. 웬만한 영화는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영화는 발견과 같았다. 당시 <눈먼 짐승>에 반한 뒤, <남편은 보았다>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까지 가까스로 챙겨봤다. 좀 더 일찍 야스조 걸작선 소식을 알았더라면 모조리 보는 건데 세 편으로 만족해야 했다. 살아있는 동안 그의 영화를 또 보게 될까하고 무척이나 아쉬워했었는데 5년 만에 축복을 받았다.
스케줄은 야스조 회고전 중심으로 짜여졌다. 그렇게 해서 <섹스체크> <문신> <세이사쿠의 아내>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아마도 두 편을 제외하고는 이번 회고전 작품을 모두 볼 수 있게될 거 같다. 못 보게 되는 건 5년쯤 더 기다리면 다른 미공개작과 함께 볼 수 있게 되는 축복이 또 내려지겠지.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에 내가 열광하는 건 별나기 때문이다. 그는 전신마취, 문신, 양성구유 등 다른 감독들이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택해 흥미로운 보고서를 제출한다. 어떤 영화가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작품이 수작인데 야스조의 영화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고 아름답다.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를 논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배우 와카오 아야코. 감독의 페르소나로 여겨지는데 내가 본 것 중에서도 <눈먼 짐승> <섹스체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연했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로 다양한 실험녀가 되어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 감독과는 20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환상의 짝꿍이 있을까 싶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와카오는 지난해 한국에 방문했던데 80에 가까운 노인이 된 모습에서 인생무상을 느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야스조의 영화들.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기대가 크다.
[눈먼짐승 ★★★★★ / 남편은 보았다 ★★★★ /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 ★★★★☆ / 섹스체크 ★★★☆ / 문신 ★★★★ / 세이사쿠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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