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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CGV서 기자시사로 <무방비도시>를 보다. 인기절정 미소녀 릿페님과 함께 본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도 그렇지만 <무방비도시>(Open City) 또한 고전명작에서 (영문제목까지 똑같게) 제목을 따왔다. 오마쥬를 바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저 패션으로써 가져다 쓴 경우다. <무방비도시>는 제목만 거창하지 사실 '소매치기'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정도로 크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매치기의 세계를 다룬 <무방비도시>는 일단 기존 한국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재의 신선함이 있다. 다소 사회적인 유행이 지난 감은 있지만 여전한 우리 실생활의 소재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는 이 소매치기를 중심부에 놓고 그 기술을 전시함은 물론 극적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
이상기 감독의 <무방비도시>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생기가 없다. 너무 착하게 풀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따져보자면, 우선 소매치기의 기술이 놀랍지 않다. 범행 발각 시 칼로 피해자의 팔을 내리치는 '가지치기'라는 것이 놀라울 뿐,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영화적 흥미를 더한 신선한 재구성은 없다. (<타짜>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일) 또 소매치기를 사회적인 맥락 같은 것에서 읽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잠깐 '삼성'을 들먹이며 뭔가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못한다. 대신 그저 이익과 범죄를 위한 소매치기라는 행위만 줄창 있을 뿐이다. 감히 비교할만한 대상이 아니지만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1959)를 보면 범죄에의 유혹과 내면적 갈등이 깊이 있게 다루어져 있다. 그러나 <무방비도시>에는 지갑을 터는 장면조차 명장면이 하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흥미롭게 다뤄지는 타투도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을 준다.
<무방비도시>는 결국 결기 없는 신인의 안정성을 우선에 둔 작품이다. 마음 고쳐먹고 잘 살려는데 주변에서 안 도와주는 스토리를 다루는데 강석범 감독의 <해바라기>(2006)를 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거기선 김래원이 출소해 마음 고쳐먹고 잘 살려하지만 발 담갔던 조폭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무방비도시>에선 김래원의 어머니로 출연했던 김해숙이 출소해 잘 살아보려 하지만 역시 관계 맺었던 범죄의 세계로 빠지게 되고 최후를 맞게 된다. 두 영화 모두 모성애가 짙게 드리워져 있으며 김병옥 및 조연이 비슷한 역으로 다시 등장하는 점도 재미난 연관성이다. (<해바라기>와 <무방비도시>는 같은 제작사)
어디서 본 듯한 내용에 맥락 없는 연결, 진부한 표현들은 <무방비도시>를 심심하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후반부. 김명민은 왜 손예진을 쉽게 쏘지 못하는 것일까? 손예진에게서 어머니를 본 것일까? 아니면 둘 사이에 설마 사랑이 있었던 것일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장면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도 건질만한 것은 연기뿐이다. (물론 이 마저도 연출력 부족으로 잘 살지 못했지만) 짧게 커트한 머리와 생얼로 열연한 김해숙과 포카리스웨트 이미지가 여전했던 손예진이 섹시 팜므파탈로서 연기 영역을 넓힌 것은 성과다. (손예진은 은밀한 부위의 타투와 과감한 의상, 매혹적인 메이크업을 보너스로 서비스한다.) 반면, 명민한 배우 김명민에게서는 감독이 뭔가 더 뽑아내지 못했다. [★★]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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