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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더티댄싱>을 끝으로 폐관되는 드림시네마를 찾다

by 22세기소녀 200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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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드림시네마의 간판을 그렸다는 미술부장 김영준씨 작품


2007.12.23
폐관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드림시네마로 직행했다. 드림시네마의 전성기 시절 이름은 화양극장. 1964년 개관한 화양극장은 당시 명화, 대지 극장과 함께 홍콩영화 단독 개봉관으로 화양연화(花樣年華 :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를 누렸었다. 전설의 <영웅본색>도 이곳에서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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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찍어두었던 드림시네마


내겐 주로 시사회 상영관으로 기억되었지만 버스를 타고 지나다 볼 수 있던 직접 그린 간판은 늘 '시네마천국'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드림시네마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연애소설>에서 지환, 경희, 수인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간 곳이며 <동감>에서는 김하늘과 박용우가 영화 데이트를 하는 장소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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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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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의 한 장면으로 세 친구가 함께 보며 울던 <일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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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의 한 장면과 현재 드림시네마에서 재개봉 중인 <더티댄싱> 영화표(사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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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의 한 장면


이러한 극장이 곧 사라진다 하니, 그 누구보다도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더티댄싱>을 아듀 작품으로 상영한다고 하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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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층은 현대식이고, 윗층은 옛극장 느낌그대로이다


극장에 들어서니 옛 극장 느낌 그대로 상영시간표가 붙어있고, 티켓 모양 또한 지금의 만원 지폐권 색을 띤 작은 종이 그대로다. 관람료는 3,500원. 20년 전 그 가격이다. 입구에서는 청년 시절 영화 데이트 꽤나 하셨을 것 같은 할아버지께서 표를 받으시고, 치약을 선물로 나눠주신다. (그런데 이거 왜 주는 거지? 엉뚱한 서비스) 극장 안엔 여성관객들이 절대 다수이고, 무엇보다 아주머니 단체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친구들과 함께 온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술렁임 뒤에 오프닝 음악 'Be My Baby'가 흐르고 가슴은 터질 듯 하다. 영화 보는 중간 중간엔 이러저러한 추억과 감동으로 눈물 둑이 터질 듯도 해진다. 동시상영관에 대한 추억이 많은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80년대의 나와 만났다. 다리 박자 손 박자를 나도 모르게 넣어가며 영화에 동화된 90분 뒤, 관객들은 미소를 띄우며 극장을 나선다.

영화를 보고나서 드림시네마의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영화는 소문과는 달리 예정 없이 내년에도 계속해서 상영될 것이며(그러니까 집주인이 나가랄 때까진 상영한다는 거) 드림시네마는 차후 허리우드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될 것이라 한다. 그리고 <미션> <벤허>등의 고전들을 계속해서 상영할 계획이란다. <연애소설>과 <동감>의 인물들이 <일 포스티노>와 <로미오와 쥴리엣>을 보며 울 듯, 앞으로도 계속해서 드림시네마가 좋은 고전으로 나를 울려주길 바란다.    
 
어쨌거나 폐관은 예정된 것이고, <안녕, 용문객잔> 아니 '안녕, 드림시네마'의 관객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와서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함께 나누고 드림시네마의 마지막 관객이었음을 훗날 기분 좋게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새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자명한 사실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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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지나치다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은 듯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영화관으로 들어서던 한 중년관객


※덧붙이기
드림시네마를 찾는 관객층도 다양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들, 매일 상영관 찾는 바바리 차림의 남성, 아내에게 허락 받고 아이들을 데리고 지방에서 온 관객, 중년 단체 손님들, 모 영화감독 등등이 있었다고 김은주 대표이사는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전시되어 있는 LP를 용도도 모르거니와 턴테이블 없으면서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동영상으로 만나는 드림시네마***



드림시네마에 들어서다

가슴떨리는 <더티댄싱> 오프닝 (불법촬영. 용서해주세요ㅠㅠ)

드림시네마 내부. 턴테이블에서 <더티댄싱> 주제곡이 흐르고 있다

드림시네마(구 화양극장)에서 상영했던 <영웅본색>의 주제곡(장국영 노래)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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