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시네마에서 일반시사로 <크로싱>을 보다.
<크로싱>은 2002년 탈북자 25명의 베이징주재 스페인대사관 진입사건에서 출발했다. 탈북자의 다양한 실화를 반영한 작품으로 최근 북한의 현실과 탈북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다. 전파를 탔던, 꽃제비가 길바닥의 국수를 시궁창 물에 씻어 먹는 장면이 유사하게 재연되고 다양한 탈북 루트가 보고된다. 영화에서 탈북 경로로서의 몽골 장면은 새로웠다. 한국 드라마나 축구 경기 테이프를 몰래 구해보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생생하게 재현된 기차역 주변의 꽃제비 장면은 분노와 아픔을 주었다. 힘없이 구더기와 쥐들에게 몸을 먹히고 임산부를 폭력하는 장면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장점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자극으로써 관객들에게 가장 빠르게 충격적 어필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영화적 미학 없는 실화 재연드라마에 머문다는 점이다.
청춘남녀 대신 부자를 중심에 놓은 이 같은 탈북 실태 보고서를 쓴 이는 김태균. <백만장사의 첫사랑> <늑대의 유혹>과 같은 철저히 십대를 겨눈 오락영화를 만들던 감독이다. 그의 울리는 재주는 <크로싱>에서 슬로모션과 배경음악 장치 속에 발휘된다. 단순 서사 속에 충격과 고통과 감동을 관객들이 흡수하게끔 연출한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의 조율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드러난다.
<크로싱>은 파라다이스 대한민국을 선전하지 않고 훌륭한 아역들을 가져 순수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다. 함경도 사투리를 그럴듯하게 구사하는 신명철의 호소력 있는 연기를 보고는 울지 않을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육체로써 안타까움을 주는 미선이 역을 맡은 주다영과 수많은 엑스트라 아이들조차도 이 영화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차인표는 이미지로서는 훌륭하다. 그러나 여전히 목소리가 거슬린다. 차라리 말을 못하는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어설픈 사투리 연기가 튄다. <살인의 추억>의 유일한 생존자인 '언덕녀'로 기억되던 서영화(아내 서용화 역)는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가진 연기력으로 아픔을 전달한다. [★★★]
※덧붙이기
중국 벌목장의 탈북자 중 한 명으로 연기파 배우 권오진이 출연한다. 그는 연극 <강택구>에서 탈북 벌목공 연기로 남북문제를 절실하게 전달한 바 있다. 한편, 동네 아주머니역, 현지인 브로커역 등은 실제 탈북자가 맡았으며 이외 많은 스텝들이 탈북자로 꾸려졌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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