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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영화운동 <아버지와 마리와 나>

by 22세기소녀 2008.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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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6.4
CGV 용산에서 기자시사로 <아버지와 마리와 나>를 보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은밀한 제목을 가졌다. 언뜻 보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 같지만 다같이 보기엔 불편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마리와 나' 속에 또 다른 의도인 '마리화나'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마리화나라고 쓰지만 정확한 발음은 마리와나가 맞다고)

<휴머니스트>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 이어 이무영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2006년에 완성되어 2년 지각개봉)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이전과 비교해 표현방법과 수위가 차분해졌지만 금기를 건드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전하다. 영화가 다루는 한 때 떠들썩했던 마리화나, 타워팰리스, 십대 미혼모 등의 문제들은 다소 시들해진 감은 있지만 여전한 사회이슈이고 지금의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운동성을 갖는다.

이전 영화보다는 덜 공격적이지만 대마의 합법화 설득은 민감한 사안을 잘 풀어내고 있다. 전인권이나 김부선의 백 마디 주장보다 이무영 영화는 대마초 문제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판단의 여지를 남겨준다. 타워팰리스를 내세운 자본주의 폐단에 대한 비판은 상투성을 갖고있지만 적당하다. 십대 싱글맘을 자연스럽게 품으며 대안가족을 제시하는 영화는 정책가로서의 이무영을 바라보게도 한다. (그는 이미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서 대안가족을 내놓은 바 있다)

'철없는 아빠와 파란만장한 아들 그리고 미혼모소녀'가 대변해 보이는 이 같은 진지한 문제들을 이무영은 대중과 함께 생각하려 애썼다. 예전 같으면 '아버지와 마리화나'라고 직접적으로 말했을 것을 이번 영화에서는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면서 하나가 하나를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영화적 재미를 더한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진지함이 거세된 대중영화, 대중화법을 모르는 작가영화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현 한국영화에 펄럭이는 깃발을 꽂는다.  

'건성'과 '대충'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무영 감독은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배려하면서 즐겁게 살자고 말한다. 이번 영화는 HD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필름카메라의 화면질감이 난다. 앞으로 비용절감과 제작기간 단축효과가 있는 HD영화의 장점을 살려 세상을 보는 눈과 이야기 창작력을 가진 이무영이 보다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기를 바란다.  [★★★]

※덧붙이기
70∼80년대 포크음악 팬들을 매료시킬 곡들이 등장한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와 '오면오고', 산울림의 '어디로 갈까' 등의 명곡이 그것으로 주연배우와 3호선 버터플라이 남상아 등 여러 가수에 의해 들려진다. 특히 김상중의 노래와 연주 실력은 놀랍다. 김상중은 그러고보니 <산책>을 통해서 이미 음악적 재능을 뽐낸 바 있다. 이밖에 <복수는 나의 것> <달콤한 인생>의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아 남다른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한편 가수 이기찬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데뷔하며 게이 커플로 분한 오광록, 최정우의 귀여운 연기도 볼만하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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