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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아기와 나 리뷰] 아기 키우는 일을 만만하게 봤다

by 22세기소녀 2008.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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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용산CGV에서 기자시사로 <아기와 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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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장근석이 주연한 <아기와 나>는 라가와 마리모의 인기만화 <아기와 나>를 옮긴 것이 아니다. 제목을 피해가지 않은 영화는, 과연 어떤 자신감을 가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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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아기를 키우게 되는 설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제니, 주노> <아버지와 마리와 나> 등에서 십대들은 아기를 낳고, 키웠다.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제니, 주노>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기로 한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 또한 대안가족을 이뤄 육아를 책임진다. 이들보다는 오래된 <돈텔파파>는 젖동냥을 하는 등 고등학생 남자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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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등장한 <아기와 나> 또한 청소년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한다. 앞선 영화와 특별히 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학교와 사회의 편견은 <제니, 주노>와 다를 바 없고, 본인이 낳지 않은 아기를 제 자식인 양 키운다는 점에서는 <아버지와 마리와 나>를 닮았다.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되어진 아기를 젖동냥하며 키우는 설정에선 <돈텔파파>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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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영화 중 <아기와 나>는 싱글파파를 다룬 <돈텔파파>와 특히 닮은 구석이 있다. <돈텔파파>가 울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신파로 아기와 나를 그려냈다면 <아기와 나>는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아기와 나로 만들어냈다. 조연들의 활약을 보면 그 전략은 읽힌다. 4차원 천재소녀로 분한 김별. 연기력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잘 빚어진 캐릭터를 잘 입음으로써 정유미, 황보라와 함께 언급할만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개봉 전부터 누나들의 극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얼짱 아기 문 메이슨. 고생하며 집요하게 잡아내었을 카메라에, 숨겨진 연기력을 보여주며 특유의 귀염도 발산한다. 그리고 문메이슨의 목소리를 맡은 개그의 제왕 박명수. 꼭 필요한 부분인가 싶고, 그래서 급조된 느낌이 난다. 그러나 어이없다가도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뤄 부분부분 사로잡히게 된다.(그래도 편집되는 쪽이 낫다고 본다. 덜 웃기겠지만 격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이 밖에 '라디오스타'에서처럼 제 살 깎아먹는 개그를 선보인 김구라와 김병옥, 박현숙도 영양제 역할을 확실히 한다. <순풍 산부인과>, <여고시절> 등의 TV시트콤을 연출한 방송사 PD출신의 김진영 감독은 이렇듯 인재를 잘 부리고 자신의 코미디 감각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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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기와 나>에서 돋보이는 점은 여기까지다. 순간적인 웃음에 머문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지갑을 노린 것이라면 임무를 완수한 것이지만 오래 회자될 영화에 욕심낸 것이라면 실패한 영화다. 미성년자가 그것도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진지해져도 좋지 않을까? 그것이 여러 여건 상, 쉬운 일이 아니라면 웃음 이면의 뼈저린 부분을 보여주려 노력했어야 했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생각하지 않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데 어떻게 청소년 문제를, 사회적 편견을, 성장담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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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사숙고한 <더 차일드>(다르덴 형제, 2005) 또는 <주노>(제이슨 리트먼, 2007)와 같은 훌륭한 영화를 우리는 만들 수 없는가. 그러나 이것은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다. 투자되지 않고 보지 않으니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해볼 만한 육아 청소년영화를 낳을 수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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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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