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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월·E>는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품위를 격상시켜 놓았다. 픽사 집단이 있었기에 이뤄낼 수 있던 성과였다. 픽사가 어떤 곳인가. 똑똑한 인재들의 놀이터다. 이번에도 그들은 제대로 즐기며 빼어난 <월·E>를 탄생시켰다. 더 이상 바랄게 없었는데도 말이다.
감독은 <니모를 찾아서>의 앤드류 스탠튼. 그는 장난감, 곤충, 괴물, 물고기의 세계에 이어 이번엔 시각을 달리해 로봇이 등장하는 미래의 지구와 은하계로 팬들을 여행시킨다. 로봇이라지만 <트랜스포머>처럼 우람하지 않은 작은 로봇들의 세계다. 그들은 몸집은 작지만 큰 주제인 '환경과 인간'을 이야기한다.
<월·E>의 스토리는 이렇다. 모두가 탈출한 쓰레기뿐인 지구. '월·E'(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라는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만이 살아있다. 어느 날, 지구식물 조사로봇 이브(Extraterrestial Vegetation Evaluator)가 나타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지구를 구한다. 단순해 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영리하고 함축적인 이야기 짜임새를 가졌다. 가령, 지구를 버릴 수밖에 없게된 미래라든지, 월·E가 인격을 갖게될 수 있던 것에 대한 상상력은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것이다. 어린아이라면 또 모를까.
캐릭터에서도 그러한 재기가 돋보인다. 거의 모든 씬에 등장하는 주연 월·E. 감수성이 충만하고 로봇임에도 온몸을 덜덜덜 떠는 겁 많은 귀여움으로 탄생됐다. 혼자놀기의 대가이기도 한데 이는 웃음을 주지만 한편으로 연민이 스며있다. 이러한 초반부, 저 자신의 모습을 들킨 것 같은 관객들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월·E가 한눈에 빠져버린 희고 매끈한 탐사 로봇 이브. 외모에 반해 은근 다혈질인 터프가이형 매력을 갖고 있다. 보호받고 싶어하는 현대의 남성들에게 어필될 캐릭터로 보인다. 한편, 미래의 인간은 '씨네21'에 장기 연재되었던 정훈이 만화 캐릭터를 닮았는데 비만만큼이나 풍자성을 가득 품고 있다. 그들이 '이젠 뭔 갈 보여줘야 해'스러운 걸음마 시추에이션을 보여줄 땐 쓰러지고 만다. 여기에 더해 바퀴벌레까지 친구로 만드는 재주와 악취미라니.
이렇듯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과 취향으로 가꿔진 무수한 명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감탄은 물론이요, 각박하게 살아온 자신을 반성하게될 정도다. 그나마 영화가 전달하고자 한 것을 느꼈다면 안심이다. 가령, 뽁뽁이가 활용된 장면.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해내는 건지, 상상력에 놀라고 그들의 감수성에 감동먹게 된다.
영화의 대부분은 이처럼 기발하고 신선하고 영리하며 대부분이 대사 없이 전달된다. 픽사는 <월·E>를 통해 영화의 본질을 추구했고 미학적인 성취도 얻어내는 등 애니메이션의 성숙된 면모를 보여 주었다. [★★★★]
※덧붙이기
월·E가 아이포드로 감상하는 뮤지컬영화는 진 켈리가 감독한 <헬로, 돌리>(1969)다. <월ㆍE>의 다양한 로봇 음성은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의 솜씨. <스타워즈>에 나오는 전설적인 로봇 R2D2의 목소리도 그가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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