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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바빌론 A.D. 리뷰] 제 미션은 킬링타임용 오락영화입니다

by 22세기소녀 2008.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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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28
<바빌론 A.D.>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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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얼음 재운 콜라와 팝콘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싶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바빌론 A.D.>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용 영화 또는 팝콘무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90분 러닝타임을 가졌으며 대사는 웬만하면 읽지 않는 게 좋은 아이큐 두 자릿수 독해 가능 스토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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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원할 여자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미션 수행기인 <바빌론 A.D.>. 오프닝은 괜히 들뜨게 만든다. 심각한 척 하는 힙합이 장중하게 흐르고, 해골 얼굴을 한 자유의 여신상 따위를 보여주며 잔뜩 분위기를 잡는다. 주인공(빈 디젤)의 걸음걸이는 보폭이 크고 슬로우모션으로 걷는다. 그리고 얌전히 있지 않고 괜히 사람 패려고 든다. 남성 관객들, 없던 마초 근성이 생겨날 정도로 피 끓이며 영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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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주인공은 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그는 폼 나게 담배를 피며, 헬기로 이동한다. 카 체이싱 장면은 당연히 등장한다. 격투기도 있고 왠지 보호해 줘야 할 것만 같은 여리고 예쁜 여자도 나와준다. 그러니까 액션영화 관객들이 원하는 장면은 다 나온다. 그러나 그 밥에 그 나물만을 주면 관객들을 더 끌어 모을 수 없다. 그래서 <바빌론 A.D.>는 업그레이드 격투기를 보여주고 헬기로 실어 나르더라도 다른 아이디어를 낸다. 나름 다른 영화와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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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끓던 피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이성이 쉽게 돌아온다. 빈 디젤도 이제 눈가에 주름이 늘었듯이 영화도 기력이 쇠해진다. 액션 대신 영양가 없는 유해한 대사의 양이 늘면서 하품이 늘어진다. 소녀와 중년남자 빈 디젤의 러브러브씬을 뜬금없이 삽입하지만 각성 효과는 짧다. 첨단의 장비들은 시시하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도 새로울 게 없다.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노골적인 존경은 옐로카드 감이다. 후반 드러나는 진실은 유치해서 반전으로 인정해 주고 싶지 않고 뭔가 아쉬워할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인 막판 액션 씬은 더 갈증만 남게 너무 짧다. 감독이 <증오>를 만든 그 마티유 카소비츠임가 아니라면(각본과 제작도 맡았단다!) 모두다 용서가 되지만 전혀 그의 낙관이 없는 영화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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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1. <바빌론 A.D.>는 모리세 G. 단텍의 소설 <바빌론 베이비>를 영화화했다.

2. 프랑스가 제2의 밀라요요비치를 복제해 냈다. 멜라니 티에리. '엘르', '바자'와 같은 잘 나가는 패션지 표지모델 경력을 가진 그녀는 <피아니스트의 전설>, <캐논 인버스>와 같은 한국인들도 쫌 좋아하는 괜찮은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3초간 부러워할 매력적인 입술과 함께 신비로운 이미지를 지녔고 연기도 좀 할 줄 안다. 한편, 해외에서 좀 놀던 양자경이 녹슬지 않은 격투 실력으로 엔진의 정비가 필요한 빈 디젤의 조력자로 활약하며,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연기파 샬롯 램플링이 마티유 카소비츠의 소진된 에너지에 힘을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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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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