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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놈놈놈 리뷰] 딸은 좋아하고 아빠는 지루해하겠네

by 22세기소녀 2008.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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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7
용산CGV에서 기자시사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다. 세상에나, 부지런을 떨지 않았더라면 항의대열에 있을 뻔했다. 한국인, 일본인, 이상한 놈들이 표를 받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서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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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해보는 김지운은 '우' 이상의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참 잘했어요'가 없는 그가 믿음직한 배우, 쓸만한 자본을 지원 받아 이번엔 웨스턴을 만들었다. 갑자기 웬 웨스턴이냐. 시장에 불시착한 느낌을 주지만 김지운은 그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이번에도 세상에 있던 걸 제 맛대로 비튼 것이어서 힘 빠진 한국영화에 긴장을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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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알려진대로 200억 짜리 대작이다. 이는 운명의 영화라는 얘기. 천만관객의 신화를 재현해야 한국영화를, 투자·제작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영화는 각 나라, 팬서비스를 위해 여러 버전으로 공개되고 있으며(기자시사회 이후 대평원 장면에서의 태구의 계곡 장면을 삭제하는 등 친절한 편집은 계속) 이전 연출작과 비교해 보다 상업적 코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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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불편함이 덜해졌다. 완전한 흡수가 가능해지면서 수동적 관객이 되어버린다. 만주에 대한 상상력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차츰 알려지면서 신선도가 떨어졌고 그 때문인지 새롭게 했다는 것조차 진부한 덧칠로 보인다. 무엇보다 놈, 놈, 놈의 사연은 없고 스타일만 있다보니 찰나의 멋진 감탄과 웃음만 터져 나올 뿐이다. 조바심 난 관객들은 어서 다음의 멋진 장면을 보고싶을 뿐인데 리듬을 끊고 흥미롭지도 않은 설명을 하곤 하니 달리고 싶던 관객은 승차감이 좋지 않다. 한편, 아날로그적인 질감은 좋지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적벽대전>과 비교했을 때 CG면에서 아쉬운 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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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놈 중 정우성의 면면은 마치 광고의 한 장면 같다. 비슷한 성격의 영화를 찍어봐서인지 잘 놀고,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성 팬들이 한동안 가파르게 늘 듯. 반면 이병헌은 지나치게 연기를 잘 하려해 나쁜 놈 캐릭터가 잘 살지 못했다. 송강호는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잘 살려내 시종 웃음을 유발하며 극을 활기차게 한다. 단, 아쉬운 점이라면 코미디뿐 아니라 그 이면의 서늘함도 함께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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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뒤로 눕던 몸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Santa Esmeralda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흘러나오는 대평원 추격씬이다. <킬빌>에서도 재미를 본 음악을 길게 깔며 공들인 이 베스트씬은 <킬빌>의 클라이맥스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신난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김지운은 거기까지다. 그렇지만 대작영화를 만들 수 있는 김지운을 확인했으며 또 한국영화가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더 확인했다. 이 참에 맥이 끊겼던 만주웨스턴을 몇 편 더 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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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관객들은 <놈놈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활약을 칭찬하는 배우예찬? 익숙한 것을 한국적으로 보는데서 오는 장르적 쾌감? 아니면 새로울 것 없음에 대한 실망? <장화, 홍련> 이후 또 한번 치열한 네티즌전쟁이 예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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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1. 이만희의 만주활극 <쇠사슬을 끊어라>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로부터 영화가 출발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은 <석양의 무법자>의 영제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가져왔다.

2. 창이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이다. 영화 속 영화에서 경찰이 이름을 묻자, 창이 부하가 창이에게 "태구입니다"라고 답하는 유머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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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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