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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김기영 <하녀> 서스펜스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by 22세기소녀 201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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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8.13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호암 한국영화 축제, 프리티켓(20편 전편 관람에 1만원)을 구입하다. 그 첫 티켓 활용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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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는 오프닝부터 이 영화가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임을 암시해 보인다. 그것은 가정부로 인해서일 것이며 실뜨기처럼 복잡하고 얼키설킬 것임을 보여준다. 역시나 왠지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기하학적 무늬벽과 계단이 있는 2층집은 한 가정부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내 집을 장만해 이제 잘 살아보려는 구성원은 가족의 안녕을 원했지만 소유욕과 질투로 똘똘 뭉쳐진 원초적 욕망체는 이들의 염원을 위협한다. 
 
<여고괴담>의 윤지혜(2등만 하는 애) 만큼이나 얼굴자체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가정부역의  이은심은 자신의 타고난 얼굴로 <하녀>의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훌륭히 발산한다. 마치 SES의 바다같은 외모의 그녀가 보이는 기분 나쁜 음산함과 허기저 하는 성적매력은 영화에 완전히 체화되어 강렬한 빛을 낸다. 

개성 넘치는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한국에도 일찍이 모더니즘 영화가 있었음을, 히치콕같은 서스펜스의 대가가 있었음을 보여준 <하녀>는 그러나 당시 사람들이 영화와 실재사이에 혼돈을 일으킬 것을 우려했는지 아쉽게도 끝을 해프닝조로 처리했다. 아무리 모더니즘도 좋지만 카메라를 쳐다보며 진실을 고백하는 엔딩장면은 이제껏 쌓여왔던 긴장감을 일시에 증발시켜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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