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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에서 기자시사로 <대한이, 민국씨>를 보다. 시사회 장소 선택도 마케팅의 한 방편인 듯.
원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을 가졌던 <대한이, 민국씨>는 고전 제목 따라하기(<무방비도시> <뜨거운 것이 좋아> <원스어폰어타임> 등) 트렌드에 합류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되려 <덤 앤 더머>와 같은 바보 코미디이자 저급(고급과 반대의 단순 의미로)일 것이라는, 성격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형진과 최성국이 출연"하는, 바보 포스터를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사표 미녀를 포함시킨 조합이니 그 누가 보아도 <대한이, 민국씨>는 싸구려 코미디인 것이다. 스스로 미끄럼틀을 탄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아마도 제작진은 단순·솔직한 제목으로 승부를 걸어 흥행에 성공한 <바르게 살자>의 효과를 뒤늦게나마 좇고자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본편이다. 만듦새만 좋다면 영화는 흥행의 날개를 달 것이다.
<대한이, 민국씨>는 제목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이 대한(최성국 분)과 민국(공형진 분)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남자의 이야기다. 심상치 않은 이름처럼 아이큐도 남다르다. 자신들을 때린 형사한테 가서 신고서를 접수시키는가 하면, 절차도 없이 바로 군대에 가겠다고 군대 앞에서 헌병과 실랑이를 벌이는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순수한 사람들이지만 범인(凡人)들은 이들을 바보라고 부른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 사내들은 한 여자(최정원 분)를 사랑하는데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만난 친구로서 아니나다를까, 예쁜 얼굴과 착한 마음을 가졌다. 영화는 이 바보들의 해프닝과 러브스토리를 중심 축으로 삼아 열심히 웃음과 감동을 제조한다.
개인기가 주가 된 기존의 과장되고, 애드리브적인 코미디 이미지를 버린 공형진, 최성국의 코미디 연기는 변신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은근한 맛을 내고 있다. 그러나 미묘한 맛은 우려내지 못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종만' 못지 않게 꿈이 수시로 바뀌는 민국 역의 공형진은 귀여운 바보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보여주지만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며 연기 인생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최성국은 자못 진지해지려 하지만 오버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편, 최정원 역시 두 편의 영화를 찍었음에도 아직도 기억할만한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다.
<패밀리>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을 연출한 최진원 감독은 아직까지도 가능성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엔 변화구를 던졌지만 간헐적으로 웃기는 재주는 드러났으나 다층적인 의미는 담아내지 못했다. 오프닝에 들려주는 <포레스트 검프> 풍의 선율에서 짐작되듯 감독은 뭔가 다른 바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으나 페이소스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착한 코미디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뭔가 의미를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이 <란도리>(2006, 모리 준이치)나 <포레스트 검프>를 꿈꾸는 이상, 다음 도약을 위해 결여 부분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덧붙이기
군대는 안가기도 힘들지만 가기도 힘든 곳이다. 어쨌든 대한이는 공군에 입대한다. 단, 고문관이 될 것이 뻔한 대한이를 소속 부대에서는 특기를 인정해 전투기 닦는 일을 시킨다. 이렇게 상상하면 되겠는가?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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