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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가와세 나오미 감독을 만나다

by 22세기소녀 200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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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7
<모가리의 숲>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부산국제영화제서나 보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서울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 올, 서울영화제의 최대 수확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앞서 <모가리의 숲>을 개막작으로 건 것이요, 더불어 가와세 나오미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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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리의 숲>은 역시 기대대로 빼어났다. 전작 <사라소주>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가와세 감독만의 낙인이 찍혀있는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담이 있었다. 가와세 감독이 10여분 지각하는 바람에 몇몇은 빠져나갔지만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키며 그녀의 등장을 궁금해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젊었고, 피부가 좋았고, 차갑지 않았으며, 패션감각이 있었다. 아이를 낳은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언뜻 비치는 온화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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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만족감을 무너뜨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소영 교수다. 그의 대담 준비는 형편없었으며 실망스러웠다. 대담자로서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에 관심은 있기는 한 것인가? 그녀의 영화에 정치적인 의미를 묻는 대목은 가장 쇼킹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도 이 질문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했으며, "당신은 평론가인가?" 하고 묻고는 대답으로 당연히 "그런 거 없다"고 말했다. 음악 사용에 대한 기준 같은 것도 물었는데,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를 몇 편이라도 봤다면 그녀가 음악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영상언어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쯤은 알았을 텐데, 그냥 문제은행에서 뽑아온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다. 다른 질문도 대단히 현학적이거나 가와세 나오미와는 먼 질문들이었고 때문에 대담을 경청하러 온 관객들은 심심해했다. 차라리 관객들의 질문들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난 질문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는데 한심한 김소영 평론가 때문에 질문할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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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이런 것이다. "당신의 영화 네 편을 보았다. 이를 통해 느낀 것인데 당신은 영화를 만들면서 당신의 고통을 치유하고 있는 것 같다. (가와세 나오미는 부모로부터 일찍 버림받았고 이는 <수자쿠>에서 아버지의 실종, <캬카라바아>에서 아버지를 찾는 노력으로 표현된다. <사라소주>에서는 어머니로 실제로 출연해 한 아이를 잃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본 <모가리의 숲>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의 고통과 떠나보냄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묻고자 했다. 물론 이 질문과 함께 "난 당신을 만나고 영화를 보기 위해 회사를 땡땡이 쳤다. 6시 퇴근인데 영화는 5시 30분 상영이라 이럴 수밖에 없었다. 난 당신의 영화 <수자쿠>를 좋아해 이메일, 아이디, 닉네임 등으로 'suzaku'를 사용하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처럼 당신 팬클럽에 가입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당신의 영화를 좋아한다"라고 고백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주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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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마쳐진 대담이 끝난 후 나는 그녀를 서둘러 따라갔다. 그러고는 프로그램 가이드북에서 그녀의 영화가 나온 부분을 펼쳐들어 사인을 요청했고, 'suzaku@empal.com'이라고 박혀있는 명함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놀라며 기뻐했다. 나는 어설픈 일본어로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고 얘기했고 그녀는 흔쾌히 상영관 밖에서 영화가 상영된 2관의 '2'자 앞에서 찍자며 포즈를 취해 주셨다. 나는 어색해 손가락 브이를 그렸고 감독님은 내가 건넨 명함을 들어보여 주셨다. 이것은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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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뜻밖의 희소식을 들었다. 내년 4월경 국내 배급사의 추진으로 가와세 나오미 감독 작품 상영회가 열릴 것이란다. 아, 드디어 필름으로 <수자쿠>를 만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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