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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국화꽃 향기 (The Scent Of Love) 리뷰] 흑설탕 같은 장진영의 매력뿐

by 22세기소녀 200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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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4
드림시네마에서 일반시사회로 <국화꽃 향기>를 보다.

이 작품 국화꽃처럼 깨끗한데 향기가 나지 않는다. 조심조심 영화는 끝까지 고른 톤을 유지하지만 무언가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물샘도 완전히 터지지 않고 여운도 남지 않는다. 개인마다 감정선이 자극 받는 차가 다르겠지만 난 끝내 전류가 타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의 초반, 그러니까 대학시절까지는 매우 생기가 돈다. 그러나 역시 누군가를 죽이기는 힘든 일이다. 잘 죽여야 건조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그나마 조금 건드려 볼텐데 영화는 너무나 준수한, 이제껏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길을 떠나니 담담할 뿐이다.

한국의 멜로영화는 만남에서 동반까지는 잘 다루나 동반에서 이별까지는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편지> <하루> 등등이 그랬다. 문제가 무얼까? 그거야 당연 연출력 문제겠지만 사소한 트집을 잡자면, 떠나는 자가 말로써 구구절절이 남겨진 자에게 당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건 그때만 슬플 뿐이다. 순간의 말은 귀를 홀리지만 이내 흩어져 버린다. 가슴에 오래 남는 멜로영화는 말을 아낀다. 아니면 짧은 글을 남긴다. 근작 중에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랬고, <연애소설>이 그랬다.

<국화꽃 향기>가 시들지 않고 끝까지 관객을 붙들 이유가 있다면 그건 세공된 장면 짜기와 배우 그리고 몇몇 메모할만한 첨언밀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장진영은 옛날에 내가 맛있게 퍼먹던 흑설탕 같다. 또 박해일은 밋밋한 멋이 있다. 성량도 좋고 연기도 꽤나 잘한다.(하지만 문제는 카리스마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 다 받아주기만 하나. 소리도 좀 지르고 엉, 많이 괴로워도 하고 엉, 아내 살릴 방법도 찾으러 다니고 그래야지. 짜샤! 하긴 감독이 뭐 그렇게 시키지 않았으니까)  [★★]  


국화꽃 향기 (2002)  
2003년 02월 28일/ 드라마,로맨스/ 한국

감독  :  이정욱
출연  :  장진영(민희재), 박해일, 송선미(최정란), 김유석(강성호)
각본  :  이정욱, 김희재
제작  :  정태원
촬영  :  이후곤
편집  :  박곡지
음악  :  원대현
조명  :  원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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